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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 “살처분은 인간중심적·종차별적인 대응”

등록 2020-12-30 04:59수정 2020-12-30 18:46

살처분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진정한 해결 바란다면 탈육식, 탈축산으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1천만명을 넘은 지 한참 됐어요. 그래도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야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이지연(28)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21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전국 곳곳에서 닭·오리 수백만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며 “참담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은 2017년 동물 해방과 종차별 철폐, 인도주의의 경계 확장 등을 주장하며 결성한 동물권보호단체다. 동물을 시혜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넘어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며 개 도살 금지, 전시 돌고래 방사, 산천어 축제 반대 등 활동을 펼쳐왔다.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등 국내외 단체들과 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생명 있는 개체는 병에 걸렸으면 구조하고 치료해 주는 것이 정상이다. 동물도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데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학살하고 매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살처분에 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살처분은 비윤리적이다. 다분히 인간중심적이고 종차별적이다.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가축전염병을 ‘인재’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은 밀집시설에 동물을 밀어 넣고, 동물의 면역력을 극도로 약화시켰다”며 “동물 수십만마리가 사육되는 축사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도 사람과 차량일 가능성이 크다. 자꾸 야생 조류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발생과 살처분의 원인을 사람이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살처분과 매몰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살처분 정책 초기에 매몰지의 토양·수질 오염이 여러 차례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 살처분한 돼지 3만5천마리에서 나온 침출수가 임진강으로 흘러들어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던 적도 있었다”며 “시간이 촉박한 살처분은 매몰지를 확보해 환경을 정비할 여유가 부족해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덴마크에서는 얼마 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우려해 밍크 1천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가 썩은 사체에서 나온 가스가 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모습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살처분은 ‘어떻게 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피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살처분은 인간에게도 잔혹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살처분이라는 속도전에 투입된 공무원과 노동자도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라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잔혹하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이들도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고 수행자들에 대한 연민을 내비쳤다.

그는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인 육류 소비량은 1980년 11.3㎏에서 2018년 53.9㎏으로 5배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선 동물 학대와 환경 오염이 사라질 수 없다.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엔 ‘도살 아니면 살처분’이다. 진정한 해결을 바란다면 탈육식, 탈축산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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