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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7500만마리 떼죽음…예방할 대안은 없나

등록 2020-12-30 04:59수정 2020-12-30 07:29

10년 동안 닭·오리 7500만마리 살처분
“사후 수습보다 발생 예방 대안 찾아야”
방역당국이 지난 11일 전남 장성의 한 오리농장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지난 11일 전남 장성의 한 오리농장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10년 동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살처분당한 전국의 닭·오리 수는 7500만마리다. 살처분에 들어간 예산은 8619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전파력이 강한 H5N8형이 번지고 있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방역당국이 ‘원인을 막는 처방’보다는 ‘발생 뒤 살처분’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금류의 살처분은 17년 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처음 발생했을 때 도입됐다.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은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528만마리(874억원)가 희생됐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이후 2~3년을 주기로 반복되며 갈수록 피해 지역이 넓어지고 피해 규모가 불어났다. 애초 소극적이었던 방역당국의 살처분은 차츰 적극적·공격적 방향으로 강화됐다. 살처분 범위가 초기 발생농가의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H5N8형이 번진 2014년엔 2477만마리(3364억원), 2016년엔 3807만마리(3621억원)가 떼죽임을 당했다.

방역당국은 “오염된 닭똥 1g은 조류 100만마리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며 감염원 차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당국은 철새의 이동을 전파 경로로 보고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하지만, 일단 발생했을 때 농장과 시설 사이 수평전파를 막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발생 농장의 반경 500m 안은 관리지역, 반경 3㎞ 안은 보호지역, 10㎞ 안은 예찰지역으로 설정해 원인 제거와 이동제한 등으로 대응한다.

지금 방역지침으로 보면, 발생 농장에서 H5형 항원이 검출되면 500m 안, 고병원성으로 판명되면 3㎞ 안의 닭·오리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한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정책을 쓰고 있지만 방역당국이 이를 도입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형이 많기 때문에 접종 효과를 확신할 수 없고 바이러스의 변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응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여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백신을 접종한 식품을 소비자가 꺼려한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수의사 김아무개씨는 “살처분은 발생 뒤 수습책이다. 발생하지 않도록 면역력을 높이는 백신 접종과 시설 개선도 고려해야 한다. 계열사에도 농장주한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생산유통체계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금류 사육은 대부분 소수 기업에 계열화되어 있다. 오리의 경우 계열화한 농장주는 42일 동안 길러 마리당 1300~1400원에 출하하고 약품비·왕겨비를 뺀 400~500원을 남기기 때문에 수익이 낮은 만큼 책임감도 약할 수밖에 없다. 계열사도 방역의무 소홀(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로 적발돼도 과태료 1천만원의 가벼운 제재만 받고 넘어가는 탓에 예방에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도록 기대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방역의 효율을 위해 발생지 주변에서 판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검사는 이원화되어 있어 신속성이 떨어진다.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1차로 시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H5 항원인지를 검사하고, 2차로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고병원성인지를 판단한다. 고병원성 판별까지 1~3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시도 동물위생시험소나 용인·천안·광주·제주 등 10곳의 검역본부 방역센터를 활용해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공무원은 “검역본부에는 시험소에서 H5 항원을 검출한 검체와 다시 농장에 가서 채취한 새로운 검체 등 두 종류를 보내야 한다. 시험소의 기술력이 충분한데도 판정에 하루 이상 시간을 끌고, 똑같은 과정을 두 차례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역본부는 “전염병 진단은 속도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고병원성 판정이 대개 하루 안에 이뤄지고, 항원 검출 뒤 즉각 이동제한을 걸기 때문에 대응이 더뎌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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