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스토리
‘언더스토리’는 곰팡이, 이끼 같은 내음성 식물들로 구성된 하층식생을 의미하는 산림학 용어다. 이에 착상하여 생명과 생명이 만나 공생하는 연결체의 현시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다. <82년생 김지영>을 펴낸 편집자이자 2015년 신춘문예 등단한 박혜진의 첫 비평집.
민음사 l 2만2000원.
■ 네이티브 가드
미국의 흑백 혼혈 여성시인으로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나타샤 트레스웨이의 시집. 보수적인 남부에서 성장하며 그의 어머니가 재혼한 남편에게 살해된 경험을 청소년기에 겪으며 도달해낸, 말하자면 ‘사회적 서정시’ 26편. 회상록 <메모리얼 드라이브>도 함께 출간됐다.
정은귀 옮김 l 은행나무 l 1만2000원.
■ 나주에 대하여
2021년 신춘문예 당선으로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김화진의 첫 소설집. 표제로 삼은 등단작 외 동화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전개되는 ‘새 이야기’까지 8편으로 구성됐다. 그가 독자에게 처음 던진 ‘작가의 말’은 “이런 마음을 써도 돼. 확신도 생긴다.”
문학동네 l 1만5000원.
■ 유역문예론
평론가 임우기의 비평문집. ‘유역’은 근대와 전통을 중심과 주변부로 구별해 우열을 가리는 서구의 이분법에 맞서, 둘을 ‘유역화’하며 관점과 사유를 확장해낸다는 개념어. 개념을 정리한 뒤 시, 소설, 영화·미술을 탐문한다. 국외 작가로 유일하게 가즈오 이시구로가 다뤄진다.
솔 l 5만3000원.
■ 개 신랑 들이기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에게 1993년 아쿠타가와상을 안겨준 작품. 첫 문장은 파격적으로 길다, 두번째도 길다. 한밤 홀연히 떠난 미쓰코가 부친 전보 한 장의 호흡은 이처럼 길어, 그 빈자리의 여운 또한 짧을 수 없다. 사연이 뭘까.
유라주 옮김 l 민음사 l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