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
고형렬 시인의 40여년 시 1천여편 가운데 ‘정수’를 문학평론가 정과리가 솎았다. 그가 가로지른 민중시와 서정시엔 애초 국경이 없었다. ‘벌판’의 미학이랄까. “바람은 와서 몸이 되고 바람이 굴러가서 벌판이 되고/ 벌판에서 다시 그대에게 가고 그대에게서 떠나 보이지 않는다/…”(‘벌판에 와서’)
창비 l 1만3000원.
■ 도둑맞은 자전거
작가는 “2차 세계대전사, 대만사, 대만의 자전거 발전사, 동물원사, 나비 공예사 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르며 대만 문학사를 진일보시킨 우밍이 둥화대 교수의 2015년 장편.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쫓다 보니 환상까지 접목된다.
허유영 옮김 l 비채 l 1만7800원.
■ 낭패
정조가 중용한 노론벽파의 수장 심환지에게 비밀로 보낸 서찰 중 300통가량이 실재한다. 소설 속 서찰은 연락책 임무의 팽례를 맡은 주인공(재겸)을 통해 오간다. 심환지의 충성은 진짜인가. 재겸은 누굴 믿어야 하나. 정조와 재겸은 신뢰하지 않고선 ‘낭패’일 관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 미아우 지음 l 마카롱 l 1만4800원.
■ 더 베스트 오브 코니 윌리스
미국 작가 코니 윌리스의 중단편 소설집. 1982년 단편 ‘화재감시원’ 이후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수상한 SF계의 거장. 수상작으로만 중단편 선집이 가능한 유일한 작가일지도. 그럼에도 그가 빚졌다는 작가들에 대한 헌사와 “책을 모든 공공 도서관에 바칩니다”는 소망은 베스트.
아작 l 2만4800원.
■ 흰 장미의 심연까지
뉴욕의 한 서점에서 집었던 책을 내려둔 여성에게 ‘그 책 안 사냐’ 묻는 낯선 여성. 우연한 사랑의 시작. 2001년 초기작으로 지금껏 ‘레즈비언 작가’로 불리는 나카야마 가호는 “동성애는 이제 내게 절실한 테마가 아”니라 한다. 절판이 복간된 까닭은 ‘절실한 반대’만이 한결같아서일 터.
은행나무 l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