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생태사상 키워드」
오제키 슈지 외 엮음. 김원식 옮김. 알마 펴냄 생태·환경을 주제로 어느 출판사의 열쇠말 연속물을 이어가려다 공수표만 뗀 일이 있다. ‘다행히’ 때맞춰 건강이 나빠져 부도사태는 면했으나 아찔한 기억이다. 처음부터 내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생태·환경 열쇠말을 혼자서 정리하려던 게 애당초 무리였다. <환경사상 키워드>가 이를 입증한다. 이 책은 “일본의 소장학자 34명이 환경사상과 환경문제의 기본용어, 핵심개념, 중요인물은 물론 그 발생과 발전의 역사까지 153항목 올림말에 담아냈다.”(뒤표지) 또 이것을 통해 환경사상의 뿌리를 살피고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환경사상에 다가간다. 환경사상 열쇠말은 큰 항목과 작은 항목으로 나뉜다. 큰 항목은 포괄적인 주제와 기본개념이 섞여있다. 공공성과 환경문제, 농업의 사상, 자연의 권리, 환경윤리와 생명윤리 따위가 환경사상의 넓은 주제다. 법, 농업, 시민운동, 국제조약 들과 환경의 연관성을 짚어보기도 한다. 공생, 생명지역주의, 순환형 사회, 환경정의, 생물다양성 등은 환경사상의 젖줄이 되는 개념이다. 지속 가능성 또한 기초개념의 하나다. 그런데 “인간 생활의 향상이 장래까지 ‘지속(영속)’ 되도록 자연을 보호한다는” 지속 가능성의 기존 문맥은 개발과 성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닌가싶어 좀 씁쓸하다. 외려 “무엇보다도 그 발상의 원점이 환경 파괴와 자원 낭비의 극복을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개운하다. 대체기술은 환경 파괴형 기술의 대용으로 환경과 공생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프레온 가스의 생산과 사용을 엄격히 규제했다면, 반도체 산업은 거의 불가능했을 거라 한다. 그리 되지 않은 것은 프레온 가스를 이용한 반도체 제조 이윤이 매우 커서다. 환경 파괴형 기술이 발전하는 까닭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기술의 발달을 진보와 동일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항목은 분량이나 서술 방식이 논문과 칼럼의 중간형태여서 부담이 적고 편하게 읽힌다. 작은 항목은 일본판 생태·환경 용어사전이라 할 만하다. 환경운동가 박병상 선생은 권두 ‘추천글’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은 조명하지만 웬델 베리와 스코트 니어링을 다루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나는 농부·철학자·시인 야마오 산세이가 없는 것이 아쉽다. 대신, 앤드루 돕슨이 있어서 반가웠다. 돕슨은 유럽 환경정치학과 환경정치사상 분야의 독보적 인물인데다 <녹색정치사상>의 저자로서 작은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제2판(1995)의 중심 사상은 ‘환경주의’와 생태주의의 구별이다. 여기서 그는 기술 관료식 응답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환경주의의 협소함을 논박하고 최근의 생태학적 근대화론이 융성하는 데 커다란 의문을 던진다. 돕슨이 주장하는 하나의 독립된 이데올로기로서의 생태주의 제창은 평등과 비폭력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원서의 초판(1990) 번역본(1993)에서도 충분히 그런 면을 읽을 수 있다. 아쉽지만 한국어판 <녹색정치사상>은 절판되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실상에 바탕을 둔 일본학자들의 시각이다. 일본의 첫 사례라고도 한다. 하여 박병상 선생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나도 한번 품어본다. “이참에 우리 사정에 맞는 <환경사상 키워드>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환경에 맞는 사상과 사상가로 누가 조명될 수 있을까.”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오제키 슈지 외 엮음. 김원식 옮김. 알마 펴냄 생태·환경을 주제로 어느 출판사의 열쇠말 연속물을 이어가려다 공수표만 뗀 일이 있다. ‘다행히’ 때맞춰 건강이 나빠져 부도사태는 면했으나 아찔한 기억이다. 처음부터 내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생태·환경 열쇠말을 혼자서 정리하려던 게 애당초 무리였다. <환경사상 키워드>가 이를 입증한다. 이 책은 “일본의 소장학자 34명이 환경사상과 환경문제의 기본용어, 핵심개념, 중요인물은 물론 그 발생과 발전의 역사까지 153항목 올림말에 담아냈다.”(뒤표지) 또 이것을 통해 환경사상의 뿌리를 살피고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환경사상에 다가간다. 환경사상 열쇠말은 큰 항목과 작은 항목으로 나뉜다. 큰 항목은 포괄적인 주제와 기본개념이 섞여있다. 공공성과 환경문제, 농업의 사상, 자연의 권리, 환경윤리와 생명윤리 따위가 환경사상의 넓은 주제다. 법, 농업, 시민운동, 국제조약 들과 환경의 연관성을 짚어보기도 한다. 공생, 생명지역주의, 순환형 사회, 환경정의, 생물다양성 등은 환경사상의 젖줄이 되는 개념이다. 지속 가능성 또한 기초개념의 하나다. 그런데 “인간 생활의 향상이 장래까지 ‘지속(영속)’ 되도록 자연을 보호한다는” 지속 가능성의 기존 문맥은 개발과 성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닌가싶어 좀 씁쓸하다. 외려 “무엇보다도 그 발상의 원점이 환경 파괴와 자원 낭비의 극복을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개운하다. 대체기술은 환경 파괴형 기술의 대용으로 환경과 공생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프레온 가스의 생산과 사용을 엄격히 규제했다면, 반도체 산업은 거의 불가능했을 거라 한다. 그리 되지 않은 것은 프레온 가스를 이용한 반도체 제조 이윤이 매우 커서다. 환경 파괴형 기술이 발전하는 까닭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기술의 발달을 진보와 동일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큰 항목은 분량이나 서술 방식이 논문과 칼럼의 중간형태여서 부담이 적고 편하게 읽힌다. 작은 항목은 일본판 생태·환경 용어사전이라 할 만하다. 환경운동가 박병상 선생은 권두 ‘추천글’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은 조명하지만 웬델 베리와 스코트 니어링을 다루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나는 농부·철학자·시인 야마오 산세이가 없는 것이 아쉽다. 대신, 앤드루 돕슨이 있어서 반가웠다. 돕슨은 유럽 환경정치학과 환경정치사상 분야의 독보적 인물인데다 <녹색정치사상>의 저자로서 작은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제2판(1995)의 중심 사상은 ‘환경주의’와 생태주의의 구별이다. 여기서 그는 기술 관료식 응답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환경주의의 협소함을 논박하고 최근의 생태학적 근대화론이 융성하는 데 커다란 의문을 던진다. 돕슨이 주장하는 하나의 독립된 이데올로기로서의 생태주의 제창은 평등과 비폭력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원서의 초판(1990) 번역본(1993)에서도 충분히 그런 면을 읽을 수 있다. 아쉽지만 한국어판 <녹색정치사상>은 절판되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실상에 바탕을 둔 일본학자들의 시각이다. 일본의 첫 사례라고도 한다. 하여 박병상 선생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나도 한번 품어본다. “이참에 우리 사정에 맞는 <환경사상 키워드>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환경에 맞는 사상과 사상가로 누가 조명될 수 있을까.”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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