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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구와 현대성이 행복의 척도?
지속가능한 과거가 낫지 않나

등록 2007-10-19 19:43수정 2007-10-19 20:35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한승동의 동서횡단/

흔히 “단군 이래의 가난 해결”이니 “반만년의 가난에서 해방”, “단군 이래 최고” 따위의 말들을 한다.

현재는 과거보다 항상 우월할까? 인류생활은 과거로 갈수록 비참하고 현대로 올수록 윤택해졌을까? 혹자는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향수자는 상층 지배그룹뿐이었고 대다수는 비참한 노예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른바 ‘동양적 고대’나 ‘전제주의 동양’ ‘아시아적 생산양식’ 따위가 대변하는 세계인식이 그 전형이다. 그렇게 따지면 유럽인들 뭐가 다르랴. 안드레 군더 프랭크에 따르면 유럽이 경제적으로 아시아를 따라잡은 것은 19세기에 와서의 일이다. 그것도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부를 무자비하게 약탈한 결과다.

마르크스도 서구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도 당대 유럽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도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역사란 현대의 시각으로 과거를 재구성한 것이다. 유럽인들은 역사는 일정한 방향으로 진보하고 발전한다고 믿었고 아시아나 아프리카·아메리카의 ‘야만’ 또는 ‘저발전’을 공격하고 해체해서 유럽화하는 것이 그곳 주민들의 행복증진을 위한 선이라고 주장했다. 범죄자의 방어심리와 위선과 사기가 뒤범벅된 허구다.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녹색평론사)는 근대 이래 한국인들의 머리를 지배해온 이런 관념을 뒤엎는다. 지은이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고대사회야말로 “하루에 서너시간만 일하고도 먹고 남는, 연간 필요소비량 이상의 잉여를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남는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발달시켰다”고 본다. ‘단군 이래의 가난’이란 관념은 무지의 소산이거나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한 거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삼국시대나 고려, 조선시대를 압제와 기근, 민란, 사색당쟁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진보’적 발전관으로 덧칠해진 침략자 유럽이나 일본 등의 역사에 대한 우리의 비현실적 관념에 대비하면 얼마나 기괴한가.

‘잔치’란 자연약탈을 극대화한 석유산업문명을 가리킨다. 석유생산이 정점을 지나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 먹고 입는 것 9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인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가 찾아낸 답은 동아시아적 소농경제다. 가족단위의 자급자족적 농경사회로의 복귀만이 인간이 바이러스나 암세포로 전락하는 걸 막아줄 것으로 본다. 복귀는 결코 퇴화가 아니며, 서구가 강요한 지속 불가능한 일탈에서 지속가능한 바른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를 취조하던 스미스 요원은 이죽거린다. “너희 종을 분류하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지. 인간은 순수한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데, 너희 인간들은 그렇지 않아. 너희들은 한 지역에서 번식하고 모든 자연자원을 소모해버리고는 생존을 위해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지구상에 너희와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유기체가 있어. 그게 뭔지 알고 있나? 바로 바이러스지. 인간은 질병이야. 지구의 암세포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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