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마음습관〉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엄마 마음습관〉
김경·박재원 지음/김영사·1만원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가 주목받은 이후 부모들이 아이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신뢰를 구축하는 대화법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사정은 다르다. 특히 내 아이의 문제와 맞닥뜨리면, 기너트가 아니라 기너트의 할아버지를 만난다 해도 소통보다 감정이 앞선다. 왜 그럴까. 혹, 기너트와 현재 우리가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기너트는 적어도 대학입시전쟁과 특목고 열풍과 영어몰입교육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이를 좀 더 너그러운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너트 박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부모에게 적당한 책이다. ‘내 아이의 공부를 망치는’이라는 부제가 좀 호들갑스럽지만 책은 의외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공부 이상의 부모 노릇을 강조한다. 5000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와 상담했다는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드라마 작가를 해도 좋을 만큼 생생하게 부모와 자녀의 일상적 대화를 살려내고 있다. 특히 상대적 약자인 청소년의 마음 속 생각을 설득력 있게 대변해 주고 있어 실용서임에도 군데군데 감동스러운 구석이 있다. 학교나 학원을 가기 전이면 화장실에 들어가 꾸물거리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보다 못해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 머리에 물바가지를 끼얹었다. 뭐 그럴 것 까지 있나 싶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엄마 입장에서는 “학원비가 얼만데 그 시간 까먹고, 아까워 미치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잔소리라고 하지만 엄마 입장은 다르다. 인생에서 낙오할까봐, 원하는 대학 못 갈까봐. 누구는 신경 쓰고 싶나, 엄마니까 걱정하는 소리다. 그런데, 엄마가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에게 “학원가기 싫은 거 아니야”라고 닦달하는 순간 아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엄마가 처음부터 “혹시 아프니”라고 말했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책에서는 잔소리, 과잉보호, 비교 등 엄마들이 대표적으로 써먹는 아이와의 대화법을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아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화를 시도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예, 아니오 외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아이를 탓하기 전에 엄마가 스스로 자신의 교육방법을 되돌아 봐야 한다. 물론 엄마도 할 말은 있다. 유치원에도 과학고반, 외고반, 민사고반이 있다는 세상인데 어떻게 엄마가 되어서 그저 보고만 있겠는가. 또 아이는 잔소리를 해도, 할 말이 있을 때 참아도, 우리 엄마는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엄마가 아무리 안달을 하고 잔소리를 해도 결국은 아이가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설혹 그 때문에 아이가 돌아가더라도 그건 스스로 성장하며 깨달아야 할 몫이다. 잔소리와 안달과 비교는 아이를 믿지 못해서 혹은 아이에게 시행착오조차 겪지 않게 하려는 엄마의 욕심에 불과하다. 세상의 가치가 어떻든 엄마만큼은 아이의 재능과 장점을 믿어 줘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들은 그러겠지. “자기 자식이 아니니 저런 소리가 나오지.” 그렇게 불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십사 권한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김경·박재원 지음/김영사·1만원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아이 사이>가 주목받은 이후 부모들이 아이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신뢰를 구축하는 대화법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사정은 다르다. 특히 내 아이의 문제와 맞닥뜨리면, 기너트가 아니라 기너트의 할아버지를 만난다 해도 소통보다 감정이 앞선다. 왜 그럴까. 혹, 기너트와 현재 우리가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기너트는 적어도 대학입시전쟁과 특목고 열풍과 영어몰입교육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이를 좀 더 너그러운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너트 박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부모에게 적당한 책이다. ‘내 아이의 공부를 망치는’이라는 부제가 좀 호들갑스럽지만 책은 의외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공부 이상의 부모 노릇을 강조한다. 5000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와 상담했다는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드라마 작가를 해도 좋을 만큼 생생하게 부모와 자녀의 일상적 대화를 살려내고 있다. 특히 상대적 약자인 청소년의 마음 속 생각을 설득력 있게 대변해 주고 있어 실용서임에도 군데군데 감동스러운 구석이 있다. 학교나 학원을 가기 전이면 화장실에 들어가 꾸물거리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보다 못해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 머리에 물바가지를 끼얹었다. 뭐 그럴 것 까지 있나 싶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엄마 입장에서는 “학원비가 얼만데 그 시간 까먹고, 아까워 미치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잔소리라고 하지만 엄마 입장은 다르다. 인생에서 낙오할까봐, 원하는 대학 못 갈까봐. 누구는 신경 쓰고 싶나, 엄마니까 걱정하는 소리다. 그런데, 엄마가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에게 “학원가기 싫은 거 아니야”라고 닦달하는 순간 아이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엄마가 처음부터 “혹시 아프니”라고 말했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책에서는 잔소리, 과잉보호, 비교 등 엄마들이 대표적으로 써먹는 아이와의 대화법을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아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화를 시도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예, 아니오 외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아이를 탓하기 전에 엄마가 스스로 자신의 교육방법을 되돌아 봐야 한다. 물론 엄마도 할 말은 있다. 유치원에도 과학고반, 외고반, 민사고반이 있다는 세상인데 어떻게 엄마가 되어서 그저 보고만 있겠는가. 또 아이는 잔소리를 해도, 할 말이 있을 때 참아도, 우리 엄마는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엄마가 아무리 안달을 하고 잔소리를 해도 결국은 아이가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설혹 그 때문에 아이가 돌아가더라도 그건 스스로 성장하며 깨달아야 할 몫이다. 잔소리와 안달과 비교는 아이를 믿지 못해서 혹은 아이에게 시행착오조차 겪지 않게 하려는 엄마의 욕심에 불과하다. 세상의 가치가 어떻든 엄마만큼은 아이의 재능과 장점을 믿어 줘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들은 그러겠지. “자기 자식이 아니니 저런 소리가 나오지.” 그렇게 불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십사 권한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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