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부관계의 심리학〉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고부관계의 심리학〉
박정희 지음/학지사·9000원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에서 아무리 작아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일상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한다. 임신을 하고 길을 나서면 온통 임산부밖에 안 보인다. 아이를 낳고 나면 이웃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면을 할애하여 중요하게 다뤄진 책보다 한 줄짜리 단신으로 소개된 책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일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고부관계의 심리학>이다. 제목 그대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이런 주제로 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줬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하지만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다르다. 친정어머니는 늘 미안한 존재이고, 시어머니는 늘 당당한 존재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부장적 특수성이 존재하는 사회일수록 고부간의 갈등은 전형적으로 일어난다. 사회적 약자였던 며느리가 권력을 획득하고 인간으로 대접받는 계기는 아들의 출산밖에는 없다. 그러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지금껏 아들을 키우느라 수고한 노고를 며느리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금쪽같은 아들을 넘겨준 것에 대해 며느리에게 심리적·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도 여기에서 나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연적이다. 세상에 연적에게 관대한 여자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핵심은 열두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사례를 담은 2부에 있다.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바로 내 경우와 같은 사례를 만나기야 어렵지만 고부관계를 객관화하는 데 도움은 될 법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사사건건 무시당한다. 김치며 곰탕을 잘 챙겨주는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는,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자유시간이 없다. 형제들 중에서 경제적 형편이 제일 나은 경우는, 무조건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니 고민이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한 신세대 부부라면, 시부모와의 갈등은 피해갈 수 없다.
저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 각각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우선 시어머니에게는 끊임없이 자녀의 독립을 준비하라고, 특히 자녀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순간, 아예 마음에서 떠나보내라고 말한다. 결혼은 부부가 중심이니, 아들 내외가 밥을 먹든 말든, 아이를 낳은 말든, 저축을 하든 말든 물어보기 전에는 간섭하지 말라고도 충고한다. 며느리에게는 시댁과의 관계에서 수용할 것과 무시할 것에 관한 원칙을 정하고 대처하길 권한다. 뭐든 참다보면 가슴에 응어리가 쌓여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시댁 식구로부터 험담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며느리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어리석은 실수라고 지적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기대가 커서 그런지 조금은 허탈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며느리들이 보기에는 좀 싱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봄 결혼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결혼 자체에는 관심을 두지만 결혼 이후 닥칠 시댁과의 관계 혹은 육아문제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긴, 결혼 이후에 관해 무지하기 때문에 결혼할 용기를 내는 건지도 모른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박정희 지음/학지사·9000원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에서 아무리 작아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일상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한다. 임신을 하고 길을 나서면 온통 임산부밖에 안 보인다. 아이를 낳고 나면 이웃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 면을 할애하여 중요하게 다뤄진 책보다 한 줄짜리 단신으로 소개된 책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일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고부관계의 심리학>이다. 제목 그대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이런 주제로 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줬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다. 하지만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다르다. 친정어머니는 늘 미안한 존재이고, 시어머니는 늘 당당한 존재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부장적 특수성이 존재하는 사회일수록 고부간의 갈등은 전형적으로 일어난다. 사회적 약자였던 며느리가 권력을 획득하고 인간으로 대접받는 계기는 아들의 출산밖에는 없다. 그러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지금껏 아들을 키우느라 수고한 노고를 며느리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금쪽같은 아들을 넘겨준 것에 대해 며느리에게 심리적·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도 여기에서 나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연적이다. 세상에 연적에게 관대한 여자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핵심은 열두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사례를 담은 2부에 있다.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바로 내 경우와 같은 사례를 만나기야 어렵지만 고부관계를 객관화하는 데 도움은 될 법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사사건건 무시당한다. 김치며 곰탕을 잘 챙겨주는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는,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자유시간이 없다. 형제들 중에서 경제적 형편이 제일 나은 경우는, 무조건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니 고민이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한 신세대 부부라면, 시부모와의 갈등은 피해갈 수 없다.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책을 다 읽고 나니 기대가 커서 그런지 조금은 허탈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며느리들이 보기에는 좀 싱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봄 결혼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결혼 자체에는 관심을 두지만 결혼 이후 닥칠 시댁과의 관계 혹은 육아문제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긴, 결혼 이후에 관해 무지하기 때문에 결혼할 용기를 내는 건지도 모른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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