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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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지음/문학의숲·1만1500원 <아름다운 마무리>는 깊은 우물에서 막 길어다 달여낸 차 한 잔 같은 책이다. 향료도 양념도 없다. 책을 읽으면, 정갈한 문장에 담긴 맑은 뜻이 모세혈관을 타고 마음과 정신으로 스며든다.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 17년째 칩거한 법정 스님이 쓴 이 책은 지난해 11월 중순 출간돼 보글보글 끓는 찻물처럼 독자를 끌어모았다. 두 달 남짓 만에 20만 부가 독자 손에 들어갔고, 한국출판인회의 집계 종합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5년을 기다렸던 독자들이 목마름을 풀려고 서둘러 이 책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소박한 밥상과 소박한 일상에 자족하는 선승의 낮은 목소리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죽음에 관한 더 깊은 성찰이다. 책을 펴내기 전해에 생사를 넘나드는 병고로 오래 병상에 누웠던 지은이는 그사이에 죽음을 한결 가까이 느끼게 됐다. 이 책의 제목이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도 그런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아님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더 너그럽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그 성숙의 한 모습을 ‘마무리’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지은이는 우리 삶이 순간순간 ‘마무리’임을 설득한다. 그 마무리가 아름다워지려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가.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이 책은 스님의 맑은 생각과 잘 어울리는 깔끔한 편집이 돋보인다. 표지 디자인은 간결하고 절제돼 있으며, 책 속의 법정 스님 사진도 얼굴을 뺀 채 손과 찻잔과 안경만 보여준다. 고세규 문학의숲 대표는 “법정 스님의 책인 만큼 단순하고 소박한 느낌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책을 알리는 홍보 행사도 이 책의 내용에 걸맞은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고 고 대표는 밝혔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하는 것’이라는 책의 구절을 활용해, 홍보 이벤트로 독자들에게 수제녹차를 선물했다.” 그는 “스님이 대중 앞에나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특강 한번 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더 독자들이 법정 스님의 책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령에 이른 지은이는 이 책에서 ‘늙는다는 것’의 뜻도 되새긴다. “우리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세월은 우리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일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는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 그 누구를 물을 것도 없이 탐구하는 노력을 쉬게 되면 인생이 녹슨다.”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 역설적으로 삶은 녹슬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일러 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지음/문학의숲·1만1500원 <아름다운 마무리>는 깊은 우물에서 막 길어다 달여낸 차 한 잔 같은 책이다. 향료도 양념도 없다. 책을 읽으면, 정갈한 문장에 담긴 맑은 뜻이 모세혈관을 타고 마음과 정신으로 스며든다.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 17년째 칩거한 법정 스님이 쓴 이 책은 지난해 11월 중순 출간돼 보글보글 끓는 찻물처럼 독자를 끌어모았다. 두 달 남짓 만에 20만 부가 독자 손에 들어갔고, 한국출판인회의 집계 종합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5년을 기다렸던 독자들이 목마름을 풀려고 서둘러 이 책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소박한 밥상과 소박한 일상에 자족하는 선승의 낮은 목소리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죽음에 관한 더 깊은 성찰이다. 책을 펴내기 전해에 생사를 넘나드는 병고로 오래 병상에 누웠던 지은이는 그사이에 죽음을 한결 가까이 느끼게 됐다. 이 책의 제목이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도 그런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아님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더 너그럽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그 성숙의 한 모습을 ‘마무리’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지은이는 우리 삶이 순간순간 ‘마무리’임을 설득한다. 그 마무리가 아름다워지려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가.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이 책은 스님의 맑은 생각과 잘 어울리는 깔끔한 편집이 돋보인다. 표지 디자인은 간결하고 절제돼 있으며, 책 속의 법정 스님 사진도 얼굴을 뺀 채 손과 찻잔과 안경만 보여준다. 고세규 문학의숲 대표는 “법정 스님의 책인 만큼 단순하고 소박한 느낌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책을 알리는 홍보 행사도 이 책의 내용에 걸맞은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고 고 대표는 밝혔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하는 것’이라는 책의 구절을 활용해, 홍보 이벤트로 독자들에게 수제녹차를 선물했다.” 그는 “스님이 대중 앞에나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특강 한번 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더 독자들이 법정 스님의 책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령에 이른 지은이는 이 책에서 ‘늙는다는 것’의 뜻도 되새긴다. “우리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세월은 우리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일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는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 그 누구를 물을 것도 없이 탐구하는 노력을 쉬게 되면 인생이 녹슨다.”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 역설적으로 삶은 녹슬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일러 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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