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돌아왔다〉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교실이 돌아왔다〉
조한혜정 외 지음/또하나의문화·1만6000원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청소년들은 입시에 목을 매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 찾기에 정신없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배려와 협력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교육의 진정한 위기는 여기에 있다. 자립형 학교를 늘리고, 영어로 강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그 어디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비판적인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목격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교육을 보며 낙관보다는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조한혜정과 연세대 학생들이 함께 쓴 <교실이 돌아왔다>를 읽노라면, 희망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중·고등학교에서만 교실 파괴 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오면 강의실은 난장판이 되고 만다. 이른바 명문대라 해서 다를 바 없다는 소문은 곳곳에서 들려왔다. 떠들고 졸고 딴짓하기는 예사다. 강의실이 초토화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하려 나선 이가 없다. 조한혜정이 누구이던가. 1990년대 초반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시리즈로 대학가와 지식인 사회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이가 아니던가. 그이가 이런 꼴을 수수방관할 리 없다. 이번에 낸 책의 부제는 ‘신자유주의 시대 대학생의 글 읽기와 삶 읽기’다. 시대가 달라졌고, 대학 구성원의 성격도 바뀌었다. 90년대의 청년들은 서태지의 아이들이었다. 기성의 것에서 탈주하기를 꿈꾸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2000년대의 청년들은 시장이 키워냈다. 극성맞은 부모 덕에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왔을지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열망과 투지의 결여” 그리고 “매우 사적이고 계산적인 한편, 장기지속적 관계에 대한 감각이나 사회성이 별로 발달하지 못했”다. 조한혜정은 새로운 세대가 교실에서 ‘괴물’이 되지 않는 법을 함께 배워나가길 갈망했다. 인류사의 대전환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류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정치적 실패에 대한 성찰과 좌절에 대한 위안을 얻고자 하는 이들도 읽어야 한다.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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