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세대〉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 〈열정세대〉
참여연대 기획·김진아 외 지음/양철북·9800원 청소년을 보고 있노라면 이 나라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아이들을 오로지 일류 대학에 가야 한다는 고삐로 옭아매는 꼴이라 그렇다. 그것도 모자라 일제고사니 학력 신장이니 하며 더 몰아붙인다. 도대체 아이들을 점수 높이는 기계로 만들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절망이 더 깊어지는 것은, 이 고통을 지금의 어른들도 그맘때 다 겪었다는 데 있다. 다시는 이런 소모적인 경쟁을 청소년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그저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네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른인 우리의 욕심과 망각이 나은 결과이니. ‘상상력과 용기로 세상을 바꾸는 십대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열정세대>를 읽으면서 내내 고맙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겨울에도 늘푸른나무는 있게 마련이며, 얼음장 밑으로도 물은 흐르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분명히 힘들고 어렵고 지쳐 있을 텐데, 현실의 힘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보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잘 드러나 있어서다. 이 책에는 청소년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아홉 명의 청소년과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점을 직접 확인하러 순례를 나섰던 모임이 나온다. 어른들이 바라는 청소년의 꼴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려는 사회적 폭력에 맞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시각 교정을 주장하는 따이루, 11년이나 쳐오던 오르간을 때려치우고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위한 상담원을 준비하는 리인,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윤지의 활동에 감동했다. 읽다 보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 역시 정치에 달렸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청소년들과 직결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을 주면 된다. 어려서 안 된다고? 촛불집회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이들이 청소년들이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청소년이었던 적을 되돌아보면, 그때 우리는 얼마나 답답했던가. 이미 알 거 다 알고 있으며 어른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무시당해서 말이다. 그러니 “실제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은 훨씬 온전한 인격체”라는 주장에 동의해야 마땅하다.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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