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예수〉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 〈또 다른 예수〉
오강남 지음/예담·1만6000원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1>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은이의 박람강기에 혀를 내두르게 되고, 여전히 넘쳐나는 문제의식과 강한 메시지는 지적 흥미를 돋운다. 김용옥이 아니고서야 한낱 외경으로 취급받는 도마복음의 가치를 이토록 새롭게 조명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다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어찌 보면, 성경이나 기독교에 대해 좀더 공부했더라면 새삼스러운 말이 아닐 수도 있어서다. 김용옥의 성과를 낮춰 매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적 나태에 대한 채찍질이다. 모름지기 완벽한 척, 오류 없는 척, 이견이 없는 척하는 것일수록 비판적인 시각으로 톺아보아야 하는 법이다. 오늘 우리가 보는 성경도 숱한 전승본 가운데 특정한 역사적 계기와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확정된 것이다. 도올의 책은 바로 이 점을 교양 수준에서 확인해주면서 도마복음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힘주어 강조한다. 거칠게 줄여 말하자면, 도마복음에서 우리는 날것으로서 예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공통으로 나온 예수의 말을 따로 모은 큐(Q)복음서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에서 새로운 예수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원시불교, 원시유교라는 말이 있듯 두 복음서가 원시예수교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오강남 교수가 도마복음을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한 <또 다른 예수>가 나왔다. 읽다 보면 느끼게 되지만, 오 교수야말로 이 복음서를 해설하는 데 적임자다. 이미 도덕경과 장자를 풀이한 책을 낸데다 불교에 대한 이해도 깊은지라 도마복음의 배면에 깔린 의미를 섬세하게 잘 읽어낸다. 더욱이 종교성을 띤 복음서를 해설하다 보면 차이점을 내세우기 마련인데, 오교수의 해설은 다른 종교와의 공통점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종교를 지식과 교양의 영역에서 접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제격인 셈이다. 비유하자면, 예수교의 논어라 할 도마복음을 읽다 보면 기성 교계가 말하는 예수와 사뭇 다른 예수의 말씀을 만나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종말과 내세에 대한 강조가 거의 없고, 지금 이곳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더욱이 절대자에 대한 의탁으로서 믿음보다는 스스로 참된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표나게 내세운다. 그러니까 도마복음의 주제는 “오늘 이곳의 깨달음”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도마복음이 노장사상과 불교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깨달음의 정체는 무엇인가 궁금해지는데, 이를 공자에 기대어 말하자면 극기복례가 될 법하다. 소아에서 벗어나 대아의 실현을 가리키고 있으니 말이다.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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