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
이권우의 요즘 읽는 책 / 〈쉿, 조용히!〉
스콧 더글러스 지음·박수연 옮김/부키·1만3500원 대중 잡아 사십 줄 넘어선 사람들이 기억하는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는 상당히 유사할 듯싶다. 도서관이 책 읽는 곳이라기보다는 입시 공부하는 장소로만 아는 경우가 다수이리라. 학교에 있는 도서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을 터. 그나마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도 가장 자주 들은 소리는 “쉿, 조용히!”라는 핀잔일 가능성이 높다. 입시 중심의 교육과 도서관이 시민들의 관심영역이 아닐 적의 이야기이다. 도서관 문화가 상당히 발전하고 성숙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경험을 하는 모양이다. 도서관에서 가장 빈번하게 듣는 소리가 “쉿, 조용히”라니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 말을 얼마나 자주 썼으면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은 책의 제목이 되었을꼬!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라는 부제를 단 <쉿, 조용히!>에는 주변에서 흔히 듣던 이야기가 나온다. 자조 섞인 말이기는 하지만, 사서는 책을 읽는 직업이 아니라 책 표지만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책을 사고 정리하고 빌려주는 과정에서 내용을 알기보다는 이른바 서지사항이라는 것만 파악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서도 마찬가지란다. 발칙하기 짝이 없는 지은이는 ‘업계 비밀’을 만천하에 까발리는데, “사서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단다. 지은이는 본디 사서를 꿈꾸었던 사람은 아니다. 문학청년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 사무보조가 되었고 내친김에 대학원을 다녀 사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앞부분은 삐딱한 시선으로 도서관 내부를 관찰한 결과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사서가 보면 무척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치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도서관 세계를 ‘내부고발’하는 데 있지 않다. 철없이 굴던 아르바이트생이 도서관의 가치를 알고 사서의 바람직한 자세가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데 있다. 누구나 처음에는 초보다. 그러나 모든 초보가 시간이 흘러 다 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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