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책과 어린이
‘책의 엄마’ 어린이 책을 말하다
‘책의 엄마’ 어린이 책을 말하다
“마치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과 기쁨을 똑같이 느껴요.”
대교출판 김지영 편집자는 어린이책을 만드는 것을 출산에 비유한다. 실제로 29개월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과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것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출발해, 조그마한 아이디어를 소중히 간직하고, 그것을 키워나가며 마침내 번듯한 책 한권을 만드는 과정이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 편집자는 책을 아이처럼 생각하는 마음에서인지, “짧은 글이라도 꼼꼼히 감수를 받아 정확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식같은 어린이책이 많은 어린이들의 정신을 살찌우는 양식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문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좋은 어린이책을, 그 책을 직접 기획·제작한 편집자들을 통해 소개하는 것도 이런 ‘어머니의 마음’과 닿아 있다.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문이 추천하는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은 모두 46권. 하나하나가 이런 어머니의 마음으로 편집된 책이다.
이런 ‘어머니 마음’은 편집자가 남자라고 해서 예외일 리 없다. 산하출판사 오석균 주간은 자신이 만든 책이 “정말 한 아이의 개성 발전과 성장에 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느낄 때” 자부심을 갖는다. 아이의 발달을 지켜보는 엄마의 눈길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이의 발전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은 또한 편집자들에게 더 강한 소명의식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녹색지팡이 민점호 주간은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인 아이들이 “책에 이렇게 쓰여 있다”라며 책에 쓰인 것을 쉽게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더큰 의무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세계관을 형성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옳고, 바르고, 솔직하고, 정직한 것들을 책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갖는 무게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의 현실을 보는 편집자의 눈길 속엔 때론 안타까움이 배어나오기도 한다. “천진난만해야 할 아이들이 요즘 들어 뭔가 짓눌려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도서출판 밝은 미래 현민경 주간)이다. 현 주간에게 책은 아이들이 그런 짓눌림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돌파구다. “늘 찌들지 않고, 깨끗한 마음으로 간직할 수 있게끔, 사물을 맑게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책의 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어린이책 편집자들은 ‘어머니’인 동시에 ‘어린이’이기도 하다. 주니어김영사 배수원 주간은 회사에서 어른책을 만드는 동료들로부터 “자기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덜 늙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는 늘 어린이책을 만들면서 ‘어린이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라고 판단한다. 한겨레아이들 박상육 편집장도 어린이책을 만들면서 “서서히 낮아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며 “어느 순간에는 어린이 독자 같은 느낌으로 책을 본다”고 고백한다. 박 편집장은 어린이책 편집자들을 한마디로 그런 “독특한 시선과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한다.
박 편집장은 이렇게 때로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의 성장을 고민하고, 때로는 어린이의 억눌림에 마음아파하며 궁극적으로 갖게 되는 마음은 “그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오늘도 많은 어린이책 편집자들이 그 사랑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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