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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스트레스 절정기=인생 황금기
힘든 시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하라

등록 2007-11-23 20:43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

남자는 30대, 여자는 20대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강하게 느낀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스트레스클리닉이 올 1~8월 성인 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다. 일상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이 남자의 경우 30대가 35%인 데 비해 20대는 32%, 40대는 23%에 그쳤다. 여자는 20대가 35%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20%), 30대(19%) 순이었다.

그런데 20~30대는 인생의 황금기이기도 하다.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가 최근 성인 남녀 12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황금기’는 남성이 평균 30살, 여성이 27살이었다. 20대와 30대는 20~25살을 가장 많이 꼽았고, 4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30~35살이라는 답이 많았다. 황금기인 이유는 ‘젊고 힘이 있을 때’(35.8%) 또는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할 때’(20%)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금기와 스트레스 절정기가 일치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황금기여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어서 황금기가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말이다. “스트레스는 삶의 요구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진보의 역설>(에코리브르 펴냄)은 설명한다. 소득이 높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신체는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코티솔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분비한다.

스트레스 절정기와 황금기의 동일시는 역사를 보는 눈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러해 전 새 천 년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천 년 간 살아보고 싶은 시대’라는 기획물을 실었다. 참여한 역사학자·사회학자 등은 16세기 중국 명나라, 독립전쟁기의 미국, 르네상스가 시작되던 14세기 유럽, 종교개혁 시대, 사회·문화적 격변기인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미국 등을 꼽았다. 대부분 스트레스가 강한 시대다. 안정된 시기에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는 격변기에 적극적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시대가 황금기인 셈이다.

최근 일본에서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살아보고 싶은 시대’ 조사에선 헤이안 시대(794~1185)가 25.8%로 1위를 차지했다. 2·3위는 에도시대(1603~1867, 18.9%)와 메이지시대(1867~1912, 13.5%)였다. 헤이안시대는 우리나라의 통일신라 시대에 해당하는 ‘평화로운 고대 말기’이지만, 에도시대 말기와 메이지시대는 일본 역사상 전례 없는 격변기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떨까. 고구려가 동북아의 강국으로 군림한 광개토대왕·장수왕 집권기(391~491)나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계몽군주인 세종대왕 집권기(1418~1450)가 수위를 다툴 듯하다. 또 신라 문화 전성기인 통일신라 전기(7세기 후반~8세기)와 문예부흥을 이룬 영·정조 시대(1724~1800), 격변기인 조선 말기(1876~1910) 등도 상위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할 일이 많은 시기’가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스트레스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황금기는 오지 않는다. 지금 한국인들이 겪는 많은 스트레스는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황금기가 곧 다가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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