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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지능력 미숙한 정부의 불행

등록 2009-01-23 18:22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

사람은 보통 세 가지의 자아를 갖고 살아간다. 본래의 자아, 자신이 이상으로 삼아 지향하는 자아, 남에게 드러내는 자아가 그것이다. 각각 에고(ego), 아이디얼(ideal), 페르소나(persona)에 해당한다. 세 자아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도 상대가 보여주는 것만 보기가 쉽다. 그래서 그가 무심코 다른 자아를 드러내면 갑자기 낯설어진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이럴 때 실감난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세 가지 자아만으론 안 된다. 부부로 구성된 가족을 생각해보자. 우선 각각의 자아가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관계가 있고, 남에게 보여주는 현실적 모습이 있다. 또한 두 사람이 서로의 자아를 염두에 두면서 실제 맺는 관계가 있다. 곧, 아무리 작은 사회일지라도 적어도 5차적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과학자들은 동물과 구별되는 사람의 특징으로 영혼, 말하기, 모방, 요리, 인과적 믿음, 상징성, 내적 호기심과 알고자 하는 욕구, 정신적 시간여행,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등을 꼽는다. 이런 특징들은 인지능력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말글빛냄 펴냄)는 말한다. 높은 수준의 언어와 문화 전승은 바로 이 끈에서 비롯됐다. 음악·수학·과학·문학적 능력 등은 인지능력 성장의 부산물이다.

궁금한 것은 인지능력이 얼마나 돼야 인간사회가 유지될까 하는 점이다. 아이들은 4살 무렵부터 자신에게 있는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2차적 지향성 단계다. 인간과 동물의 중요한 차이가 여기서 시작된다. 동물 가운데는 디엔에이(DNA)가 사람과 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침팬지 정도만 이 단계에 도달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10여년 동안 인지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보통의 성인은 5차적 지향성 단계에 속해 있으며, 이 단계 이상이 돼야 인간사회가 성립한다. 사회 유지에는 공공의 목표와 이익에 관한 공통 인식과 노력이 필수적인데, 이는 5차적 지향성 이상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보다 낮은 단계의 지향성이 수시로 나타나 문제를 일으킨다. 정치가와 사회 구성원의 사이를 살펴보자. 우선 현실 사회가 있고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더 나은 사회가 있다. 정치가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정책을 제시해서 구성원들이 이를 믿고 지지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가-구성원-현실-이상-실현방법(정책)이라는 5차적 구도다. 정치가는 ‘이 정책이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개선시키기를 구성원 각자가 바란다고 믿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한 차원만 모자라도 제대로 된 정책이 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면 독단이 되고, ‘믿도록 해야’ 하는 부분을 소홀히 하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각종 언론악법들을 속도전 식으로 밀어붙이다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들은 적어도 5차적 지향성이 인간사회의 조건임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듯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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