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당한 교회건물과 복원된 라이프니츠의 집. 독일 하노버 시내에 있는 에기디엔 교회(왼쪽). 14세기에 세워진 이 건물은 1943년 폭격으로 파괴된 이래 전쟁과 폭력에 대한 경고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복구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존하고 있다. 하노버를 대표하는 사상가 라이프니츠를 기리기 위해 세운 라이프니츠 하우스(오른쪽). 이 건물 역시 2차 세계대전 중에 파괴됐으나, 다른 장소에 전면만 원래의 모습을 복원했다.
[김덕영의 사상의 고향을 찾아서]
⑩ 라이프니츠가 40년 머문 하노버
⑩ 라이프니츠가 40년 머문 하노버
“이론과 실천 결합” 명제 붙들고
이론의 현실 응용 애쓴 철학자 미적분 발견하고 계산기 발명
남긴 글만 무려 6만편에 달해 하노버대학 안 상설전시관과
흉상 모신 라이프니츠 신전
그가 묻힌 성 요한 교회 등
도시 곳곳에 그의 흔적 남아 독일 같은 유럽의 도시를 다니다 보면 오래되거나, 아름답거나, 우아하거나, 장엄하거나 위엄이 넘치는 건축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건축물들은 나름대로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보는 순간 사람을 얼어붙게 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그런 건축물을 만났다.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1646~1716)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독일 북부의 내륙도시 하노버에서였다. 라이프니츠는 서구 정신사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보편천재’다. 미적분을 발견했는가 하면(참고로 라이프니츠와 뉴턴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적분을 발견했다), 중국에 대한 저술도 남겼다. 그가 남긴 글은 무려 6만여편에 20만쪽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그의 서신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양이 1만5000통에 이르고 수신인만 해도 16개 나라에 1100여명이나 된다. 새해 첫 금요일에 하노버를 찾았다.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려, 홀로 큰 사상가의 발자취를 찾아 헤매는 사람의 마음을 꽤나 울적하게 만들었다. 9세기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 세상에 나를 아는 사람이 적구나”라고 읊었던 신라 학자 최치원의 심경도 이러했을까?! 하노버에는 곳곳에 라이프니츠의 흔적이 남아 있다. 먼저 시내 중심에 있는 ‘라이프니츠 하우스’를 찾았다. 1499년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저택인데, 라이프니츠가 1698년부터 171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폭격으로 파괴된 것을 1981~83년 다른 장소에 전면만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다. 현재는 하노버대학의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는데, 아쉽게도 그의 유품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어서 하노버대학으로 길을 잡았다. 시내 중심에서 우반(U-Bahn: 도시 안을 천천히 운행하는 열차로 우리의 옛 전차에 해당함)으로 세 정거장을 가니 대학이 나왔다. 하노버대학은 라이프니츠의 탄생 360년을 맞은 2006년부터 학교명을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대학’으로 바꾸었다. 1831년 개교한 이 대학은 그동안 그냥 하노버대학으로 불렸다. 라이프니츠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 동안 하노버 궁정의 고문관 및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숱한 업적을 남겼다. 이 역사성을 되살리고 그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계승해 대학의 연구와 강의에 통합시키려는 것이 개명의 취지였다. 이런 걸 두고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하던가? 하노버대학은 옛 성을 사용하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니 딱 무도장으로 쓰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웅장하다. 그러나 라이프니츠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대학인데 무언가 있기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물어보니 아래층에 내려가 보라고 한다. 거기에는 작은 라이프니츠 상설 전시관이 있는데, 그날은 운 좋게도 그 전시관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은퇴한 교수가 나와 있었다. 아주 신이 나서 상세한 설명도 해주고 자료도 듬뿍 건네주었다. 그 전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빛깔의 천에는 라틴어로 된 명제 ‘이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nihil sine ratione)와 그 천 뒤쪽에 있는 한 유리 벽면에는 역시 라틴어로 된 명제 ‘이론과 실천의 결합’(Theoria cum praxi)이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전자의 명제는 라이프니츠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그의 광범위하고 방대한 지적 세계를 궤뚫는 핵심개념은 바로 이성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통용되는 이성 개념과 달리 라이프니츠의 이성 개념은 포괄적이다. 그것은 단순히 인식하고 실천하며 판단하는 인간 이성이 아니라 자연과 세계의 질서, 원리, 근거 및 이념이다. 그러므로 인간만이 아니라 신도 이성적 존재다. 또한 현실도 이성에 근거하고 이성에 의해 지배되므로 역시 이성적인 존재이다. 곧 이성은 현실의 질서가 된다. 그러므로 이성은 주관적인 동시에 객관적이다. 물론 라이프니츠가 통찰한 신적 이성과 인간적 이성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신적 이성은 무한하고 절대적이고 완전하며, 모든 사물과 인간의 근거가 된다. 이에 반해 인간적 이성은 유한하고 상대적이며 불완전하다. 인간적 이성은 본원적 이성인 신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프니츠는 신적 이성과 인간적 이성 사이에, 아니 모든 종류의 이성 사이에는 구조적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신적 이성과 인간적 이성 사이의 차이는 어디까지나 단계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요컨대 라이프니츠의 사상에서는 이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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