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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등급 다른 패러디, 웃기게 비튼다

등록 2014-03-07 19:27수정 2015-10-23 18:27

무적핑크의 웹툰 갈무리
무적핑크의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실질객관동화> <실질객관영화>의 무적핑크
과연 개그만화에서 패러디는 어디까지 허용하는 게 좋을까. 이말년 작가나 정다정 작가처럼, 인터넷 ‘짤방’이나 유행어, 혹은 김성모 작가의 만화 등 웃기는 콘텐츠들을 절묘하게 활용해 웃음을 주는 작가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혹자는 패러디를 통한 웃음이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일종의 반칙이라고도 하고, 심지어 이말년 작가 자신도 패러디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개그를 지향한다고 밝히지만, 그럼에도 작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안알랴줌’ 같은 인터넷 유행어를 패러디하는 것을 보는 건 동시대 독자로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개그가 동시대 이후에도 두고두고 웃기길 바라는 작가라면 필연적으로 패러디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당장 10년 후 ‘한 뚝배기 하실래예?’ 같은 대사가 들어간다고 누가 웃을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현재 <실질객관영화>를 연재하고 있는 무적핑크 작가의 패러디 방식은 흥미롭게 되짚어볼 만하다.

현재 그의 연재작인 <실질객관영화>와 데뷔작인 <실질객관동화>는 이미 알고 있는 동화나 영화를 말 그대로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평가하거나 재구성하는 작품이다. 때문에 기승전결의 호흡을 따르기보다는 이야기의 한 구획을 임팩트 있게 보여준다. 가령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관에 들어간 공주가 부활해 꺼내달라고 에스오에스를 청하거나, <죠스>에서 재난물의 법칙을 깨기 위해 캐릭터를 바꾸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식이다. 고전을 비튼다는 점에서 동시대 콘텐츠를 원전으로 하는 다른 패러디보다 생명력이 긴 동시에, 어떤 콘텐츠를 사용했느냐보다 어떻게 비틀었느냐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에서 작가의 아이디어가 패러디 자체에 묻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모든 웹툰 작가를 통틀어 만화 외적인 효과를 가장 자주 쓰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 다양한 유시시를 올려 파워블로거가 됐던 그는 인형을 이용한 포토드라마나,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를 종종 작품 안에 도입한다. 이들 작업은 출판만화와 다른 웹툰만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의 시선을 효과 자체에 집중시키면서 원작의 스토리텔링과 정서에 자연스러운 균열을 낸다. <실질객관영화> 예고에선 본인이 만든 특수효과를 본 감독들이 눈이 머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단순한 자학 개그보다는 이 연출이 주는 효과에 대한 자각처럼 보인다. 뜬금없어 보이는 연출이 전체 맥락에선 뜬금있는 역설. 그래서 무적핑크의 작품은, 종종 패러디가 웃기게 비트는 것이 아닌, 이미 웃긴 것을 인용하는 정도로 오해받는 요즘 콘텐츠에서 패러디를 어디까지 허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좋은 답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먼 훗날, 지금의 웹툰들이 패러디의 대상이 될 그날에도 유효한 개그를 원한다면.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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