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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출판만화 대가가 보여준 ‘역설의 힘’

등록 2014-03-28 19:27수정 2015-10-23 18:26

윤인완 작가의 웹툰 갈무리.
윤인완 작가의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심연의 하늘>의 윤인완 작가
개인적으로 웹툰에 가장 매력을 느꼈던 건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한 젊은 작가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웹툰 플랫폼을 통해 출판만화의 대가들이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걸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특히 그림을 맡은 김선희 작가와 함께 네이버에서 <심연의 하늘>을 연재하는 윤인완 작가의 경우 양경일 작가와 함께한 <아일랜드>로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신암행어사>와 <디펜스 데빌>로 일본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입지전적 존재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반갑다.

한국과 일본에서 액션이 돋보이는 소년만화를 만들던 그가 재난 스릴러인 <심연의 하늘>로 웹툰 무대에 오른 건 사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신암행어사>의 그 작가라면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로 대표되는 웹툰 소년만화 3강 구도를 흔들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영문도 모른 채 깜깜한 심연의 하늘 아래에서 도망치고 소리 지르고 넘어지는 게 고작인 주인공 소년은 반영웅은커녕 너무 유약해 보였고, 아마도 홍대 부근이 거의 그대로 땅에 묻힌 것으로 보이는 배경으로서의 재난은 흥미롭되 그다지 역동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좋은 설정에 좋은 호흡을 지닌 좋은 스릴러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자신을 보고 반가워하는 소년에게 “남 챙길 마음 눈곱만큼도 없거든”이라 말하는 여주인공을 보며 비로소 윤인완 작가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출판만화 시절 윤인완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기존 한국 소년만화 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의 반영웅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연쇄살인 혐의를 받고 적을 죽이는 데 거침이 없는 <아일랜드>의 반은 당시 가장 과격한 만화 주인공이었고, <신암행어사>의 문수 역시 비록 반과 달리 정의감을 가졌지만 승리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때로 그런 태도는 종종 소년만화 특유의 허세 코드로 작동했지만, 무엇보다 그런 반영웅조차 포기하지 못하는 최후의 가치 혹은 선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심연의 하늘>의 소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오래간만에 만난 멀쩡한 사람 앞에서 까칠하게 굴지만 그건 이 지옥 같은 재난 앞에서 관계가 주는 상실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소년이 준 라면 부스러기를 내팽개치면서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선 거칠 것 없이 살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단 하나를 가졌던 반과 문수 등이 떠오른다. 이기적이어야만 하는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인 인물을 통해 오히려 자기희생의 가치가 돋보이는 역설. 이것이야말로 윤인완이라는 소년만화의 거물이 새 플랫폼과 새 장르 안에서 변주해낸 본인만의 문법이지 않을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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