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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호사 곁에 있었으면…

등록 2014-09-19 19:43수정 2015-10-23 18:15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임대차 보호법으로 깡패와 싸우는 조들호.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임대차 보호법으로 깡패와 싸우는 조들호.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해츨링 작가
3년 만에 이사를 준비 중이다. 준비하고 확인할 게 많지만, 최근 가장 자주 검색해 보는 키워드는 ‘이삿짐센터’도 ‘○○구 케이블 티브이’도 아닌 ‘임대차보호법’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 이사를 가지만 혹시라도 후속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월세 보증금을 제 날짜에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몇 번이고 법은 누구의 편인지 확인해봐야 했다. 그러면서 웹툰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 법률 사무소가 정말 우리 동네 근처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이내 상담 무료라는 그의 명함 문구가 끌리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해츨링 작가의 생활형 법조 만화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제목 그대로 동네에서 서민 고객들을 중심으로 변호 및 법리 상담을 해주는 변호사 조들호에 대한 이야기다. 형사보단 민사가 많고, 판이 크기보다는 소소하다. 첫 등장에서 조들호가 해결하는 건 앞서 말한 전월세 보증금 문제고, 미성년자 의뢰인의 적법한 보상금 수령을 위해 법정대리인 제도를 이용하지만 엄청난 유산이 오가거나 암투가 벌어지는 건 아니다. 규모로만 본다면 수많은 법정 드라마나 영화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치지만,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보통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극적이고 절박한 사연이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생활 밀착형 만화로서 독자의 공감을 얻는 동시에 극적인 쾌감을 만들어내는 건 이 지점이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윤태호 작가가 <미생>에서 회사 생활의 아주 작은 난관들을 고해상도로 확대해 그려내는 것을 연상케 한다. 가령 임신 중 오진 때문에 연골 무형성증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낳게 된 산모에 반론하기 위해 장애가 있는 아이 아버지를 찾아 산모의 과실 역시 법적으로 증명해내는 식이다. 액션영화 같은 활극이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는 없지만 시시콜콜한 정보나 관련 법조항 하나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하지만 조들호에게 내 문제를 상담받고 싶은 건 이러한 승소를 위한 꼼꼼함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법대로 한다는 것이 최선이 아닌 최후의 수단임을 알고 있다. 그의 목적은 승소가 아닌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이다. 층간소음 때문에 찾아온 의뢰인을 위해 윗집을 고소하기보다는 입주자 모두의 힘을 모아 부실공사를 한 건설사와 싸우자고 설득하는 식이다. 요컨대 법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선량한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이 법조 만화는 보여준다. 이것은 법 전공자가 아닌 작가의 순진한 희망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분에 정말 우리를 이해해줄 것 같고 우리 곁에 두고 싶은 변호사 캐릭터가 등장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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