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해야 하는 여자와 결벽증이 있는 남자의 만남. 여기서 <언터처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카오스어택> <언터처블>의 맛스타 작가
<카오스어택> <언터처블>의 맛스타 작가
언젠가 <미생>의 윤태호 작가에게 좋은 이야기의 조건을 들은 적이 있다. 스토리 기법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하던 그는 “이 사람 성격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그게 아무리 사소해도 위기고 갈등”이라고 정리했다. 창작을 꿈꾸는 지망생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현재 맛스타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언터처블>은 이에 대한 가장 훌륭한 결과물까진 아니더라도 가장 잘 들어맞는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주인공 이시아가 뱀파이어라고 하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지만, <언터처블>의 핵심 갈등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피를 빠는 대신 접촉을 통해 인간의 기운을 살짝 뽑아 먹는 뱀파이어 이시아에게 접촉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뱀파이어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와 모델이라는 직업 덕에 일반 남자들과의 접촉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는 기운의 소유자이지만 타인과의 접촉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결벽증 환자 신지호를 만나면서 이시아는 인생 최대의 어려움을 겪는다. 만져야 하는 쪽과 만지는 걸 거부하는 쪽이 부딪치며 만들어지는 갈등구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이시아는 신지호의 결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접근하고 그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인간적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작지만 당사자에겐 결코 사소하지 않은 갈등의 씨앗을 동력 삼아 남녀의 티격태격 러브스토리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과정은 캐릭터를 어느 한쪽에 몰아붙일 때 이야기가 어떻게 파생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맛스타 작가의 데뷔작인 코믹 히어로 액션물 <카오스어택>이 상대적으로 덜 정제된 이야기와 전혀 다른 장르적 정서 안에서도 <언터처블>과 같은 일종의 잘못된 만남에서 출발하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자신도 모르게 외계인을 끌어들이는 이도아가 외계인을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히어로계의 말썽꾼들 카오스맨의 매니저를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 이야기에서 마음대로 살고 싶은 카오스맨은 그럼에도 이도아가 끌어들이는 외계인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덜대며 한바탕 싸움을 벌이게 된다. 외계인과의 싸움도 갈등축이지만 싸우기 싫은데 싸워야 하니 더더욱 갈등의 농도는 강해진다. 기본적으로 카오스맨의 좌충우돌 활극을 최대한 자유분방하게 그려내면서도 맛스타 작가는 이야기의 출발점에 캐릭터의 어긋난 만남을 두고 이야기의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작법의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고 설정에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건 또 다른 노력과 재능의 영역이다. 다만 같은 작가의 이 두 작품이 서로 다른 장르 안에서도 기본은 역시 공통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에 대한 증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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