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파드 작가의 <전자오락 수호대>는 예고편부터 작품의 세계관을 단번에 이해시킬 만큼 직관적이고 인상적이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올해의 복귀-<전자오락 수호대>의 가스파드 작가
올해의 복귀-<전자오락 수호대>의 가스파드 작가
지난해 12월, ‘웹툰 내비게이터’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을 4주에 걸쳐 진행한 바 있다. 올해에도 연말을 맞아 한 달 동안 시상식을 진행하려 하는데, 특히 한 해 중 가장 의미 있는 순간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한 번 소개된 작가라도 배제하지 않으려 한다. 첫 부문인 ‘올해의 복귀’(작년 수상자 <이말년 서유기>의 이말년)의 가스파드 작가처럼.
지난 10월7일 자정 무렵,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가스파드 작가에 대한 찬사가 흘러넘쳤다. <선천적 얼간이들> 완결 뒤 1년 만의 신작 <전자오락 수호대>의 영상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였다. 전자오락 속에 숨어 주인공의 게임을 인도하는 전자오락 수호대의 모습을 담은 이 예고편에서 ‘뿜짝뿜짝’ 하는 전자오락 효과음을 기본 리듬 삼아 흐르는 멜로디는 후크송처럼 중독적이었고,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8비트 도트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도 귀여웠고, 고전 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고작 예고편을 위해 한 편의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쓸데없이 고퀄리티’에 사람들은 “이 미친 사람아, 웹툰을 만들랬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오면 어떡해”라는 반응과 함께 가스파드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예고편 하나를 ‘올해의 복귀’의 결정적 장면으로 꼽는 건 단지 엄청나게 공들여 잘 만들었거나(물론 중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자유로운 연출을 보여줘서만은(물론 이 역시 중요하다) 아니다. 고퀄리티에 매몰되지 않는 고퀄리티, 이것이야말로 가스파드 작가의 진정한 미덕이다. 일상 개그만화로서는 전무한 높은 작화 실력을 보여준 <선천적 얼간이들>에서도 그랬지만, 가스파드 작가의 공들인 작업은 해당 장면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웃음을 추구하는 최선의 노력에 가깝다. 영화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패러디할 땐 사진처럼 디테일하게 묘사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과장된 행동을 그릴 땐 액션만화 이상의 박력 있는 연출을 보여주는 식이다. 컷 하나에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으면서도 과시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전자오락 수호대> 예고편도 마찬가지다. 8비트 도트로 그려진 ‘전자오락 수호대’ 멤버들이 회사의 모토를 노래로 부르고 주인공 몰래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작품의 세계관을 단번에 이해시킬 만큼 직관적이다. 즉 예고편으로서의 임무에도 온전히 부합한다. 예술가적 열정에 매몰되어 혼자 신나거나, 효율성에 매몰되어 어느 선 이상을 넘지 못하는 것 모두 작가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면, 가스파드는 이 둘 모두를 극복하는 창작자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랑받았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쓸데없이 고퀄리티’의 왕이 귀환했다. 웹툰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예고편과 함께.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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