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찾은 네드가 여주인공 헥스에게 하는 말. <체이서>를 기다린 독자들과도 함께 가주길.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3년 만의 연재 재개. 최근 시즌4 연재를 시작한 하준성 작가의 판타지 액션만화 <체이서>가 세운 기록이다. 물론 일본에서야 <유리가면>의 미우치 스즈에,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나가노 마모루처럼 ‘넘사벽’의 휴재 기간을 보여준 작가들도 있지만, 작품 완결 후 차기작까지 1년을 넘겨도 오래 쉰다는 반응이 오는 웹툰 시장에서 <체이서>의 휴재 기간은 독보적이다. 생각없이 던져놓은 복선들을 회수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중단되어버린 수많은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될 줄 알았던 <체이서>와 하준성 작가의 복귀는 반갑다 못해 놀라울 정도다.
<체이서>가 추억 속 전설의 대작 같은 건 아니었다. 신의 뜻에 따라 이단을 쫓아 심판하는 체이서들과 영문도 모르고 그들에게 쫓기며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주인공 네드의 추격전은 흥미로웠지만, 마법진(가로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도록 숫자를 정사각형에 마술적으로 배열한 것)에 봉인되어 뿔뿔이 흩어져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는 과정은 일본 만화 <엘프 사냥꾼>을 연상시키고, 신으로서의 기억을 되찾은 네드가 체이서 중 한 명인 자칼을 살리며,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은 웹툰인 <노블레스> 주인공 라이의 대사와 흡사했다. <체이서>가 시즌3과 함께 땅에 추락해 기억을 잃은 신과 그를 쫓아낸 다른 신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됐을 때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연재는 중단됐다.
그래서 지금 <체이서>의 복귀를 보는 기분은 전설의 귀환보다는 아주 오랫동안 재활시설에 있던 왕년의 슈퍼 루키가 재기하는 걸 보는 기분이다. 비록 앞서 말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체이서>는 아직 세련된 작화의 판타지 액션 웹툰이 적은 시기에 등장해 다섯 신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복선과 세계관, 높은 채도의 작화로 해당 장르의 주요 작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판타지 액션 장르가 웹툰 시장을 휩쓰는 동안 <체이서>는 하준성 작가의 건강상 이유로 3년이나 침묵해야 했다. 그동안 역시 스케일 큰 판타지 액션 만화인 옆 동네 네이버의 <노블레스>나 <신의 탑>은 수백 회 동안 서사와 세계관을 쌓아 최고 인기작으로 군림 중이며, 작화와 세계관이 좋은 수많은 후속 세력도 등장했다.
과연 오랜만에 복귀한 슈퍼 루키는 전반적으로 오른 리그 수준에 맞춰 성공적인 복귀를 알릴 수 있을까. 이제 새 시즌에서 4화 정도 진행된 분량만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3년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에두르지 않고 주인공 네드의 봉인된 능력을 풀어주는 빠른 전개를 보면, 적어도 그동안 <체이서>에게 기대하고 있던 게 무엇인지 작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우선은 그것만으로도, 환영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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