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유 메리 미>의 염장 커플 윌과 메리가 밉지 않은 이유는 현실에서 직조해낸 캐릭터가 흐뭇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2차원 개그>, <윌 유 메리 미>의 마인드C
<2차원 개그>, <윌 유 메리 미>의 마인드C
개그라 쓰고 염장이라 읽는다. 마인드C 작가의 <윌 유 메리 미> 이야기다. 작가 본인을 ‘윌’, 여자친구를 ‘메리’라는 캐릭터로 만들어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낸 이 작품에서 마인드C는 전작들과 비교해 훨씬 산뜻한 분위기의 그림체와 색감, 흐뭇한 정서의 캐릭터 만화를 보여주고 있다. 항상 코믹한 톤으로 둘이 겪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소개하지만, 그들의 연애는 웃기기보다는 귀엽고 신기하기보다는 부럽다. 초기작인 <수행록>부터 지금까지 마인드C는 언제나 좋은 개그 만화가였지만 이번 작품은 한 작가의 스타일이 소재에 대한 애정에 따라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만화가가 되기 전 디자인 회사에서 귀여운 캐릭터를 직접 만든 경험이 있는 만큼, 작가가 윌과 메리뿐만 아니라 본인의 친형을 오리지널 디자인을 통해 인물의 성격이 녹아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낸 건 훌륭하되 신기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뚜렷한 변화는 개그의 정서다. 그의 개그는 딱히 폭력적이거나 불편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놀리거나 약 올리는 정서를 품고 있다. <수행록>의 핵심 인물인 쾌남이 조카를 골탕 먹이거나 역으로 봉지 우유에 빨대를 꽂다가 손바닥을 뚫는 장면처럼, 만화에선 괜찮아도 현실에서 일어나면 아찔하거나 자칫 민폐가 될 상황이 진행된다. <2차원 개그> 역시 두 번째 컷에서 반전을 주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물을 몰아넣는 경우가 많다. 가령 미래에 깨어난 냉동인간이 바로 새로운 빙하기를 맞는다거나, 떨어지는 별을 보며 한날한시에 죽게 해달라고 비는 커플이 행성 충돌로 그 자리에서 죽는 식이다.
<윌 유 메리 미>가 마인드C의 작품 중 도드라지는 건 이 지점이다. 윌이 메리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듯,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건 메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다. 종종 터프한 부산 여자 메리에게 핀잔을 듣는 윌의 모습이 나오지만, 중요한 건 놀림을 통한 웃음이 아니라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한 흐뭇한 웃음이다. 즉, 귀를 파준 메리에게 감사했으나 개에게도 똑같이 해주더라는 에피소드에서 웃음을 주는 건, 개 취급을 당한 남자의 황당함이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듯 소심한 남자친구를 이끄는 메리의 담대함에 대한 흐뭇함이다. 중간중간 캐릭터의 표정 변화에서 극화체 표정을 활용하는 등 마인드C의 기존 장기가 소소한 웃음을 만들지만, 이들 장치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의 큰 줄기인 연애의 사랑스러움이 너무 오글거리지 않게 중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실소나 고소가 아닌 행복해서 나오는 웃음으로의 전환. 이것이 발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성공적인 변화인 건 확실해 보인다. 비록 솔로에게는 분노를 불러일으킬지는 몰라도.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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