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놀리거나 약 올리지 않는 흐뭇한 웃음

등록 2015-01-09 19:15수정 2015-10-23 18:08

<윌 유 메리 미>의 염장 커플 윌과 메리가 밉지 않은 이유는 현실에서 직조해낸 캐릭터가 흐뭇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윌 유 메리 미>의 염장 커플 윌과 메리가 밉지 않은 이유는 현실에서 직조해낸 캐릭터가 흐뭇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2차원 개그>, <윌 유 메리 미>의 마인드C
개그라 쓰고 염장이라 읽는다. 마인드C 작가의 <윌 유 메리 미> 이야기다. 작가 본인을 ‘윌’, 여자친구를 ‘메리’라는 캐릭터로 만들어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낸 이 작품에서 마인드C는 전작들과 비교해 훨씬 산뜻한 분위기의 그림체와 색감, 흐뭇한 정서의 캐릭터 만화를 보여주고 있다. 항상 코믹한 톤으로 둘이 겪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소개하지만, 그들의 연애는 웃기기보다는 귀엽고 신기하기보다는 부럽다. 초기작인 <수행록>부터 지금까지 마인드C는 언제나 좋은 개그 만화가였지만 이번 작품은 한 작가의 스타일이 소재에 대한 애정에 따라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만화가가 되기 전 디자인 회사에서 귀여운 캐릭터를 직접 만든 경험이 있는 만큼, 작가가 윌과 메리뿐만 아니라 본인의 친형을 오리지널 디자인을 통해 인물의 성격이 녹아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낸 건 훌륭하되 신기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뚜렷한 변화는 개그의 정서다. 그의 개그는 딱히 폭력적이거나 불편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놀리거나 약 올리는 정서를 품고 있다. <수행록>의 핵심 인물인 쾌남이 조카를 골탕 먹이거나 역으로 봉지 우유에 빨대를 꽂다가 손바닥을 뚫는 장면처럼, 만화에선 괜찮아도 현실에서 일어나면 아찔하거나 자칫 민폐가 될 상황이 진행된다. <2차원 개그> 역시 두 번째 컷에서 반전을 주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물을 몰아넣는 경우가 많다. 가령 미래에 깨어난 냉동인간이 바로 새로운 빙하기를 맞는다거나, 떨어지는 별을 보며 한날한시에 죽게 해달라고 비는 커플이 행성 충돌로 그 자리에서 죽는 식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윌 유 메리 미>가 마인드C의 작품 중 도드라지는 건 이 지점이다. 윌이 메리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듯,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건 메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다. 종종 터프한 부산 여자 메리에게 핀잔을 듣는 윌의 모습이 나오지만, 중요한 건 놀림을 통한 웃음이 아니라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한 흐뭇한 웃음이다. 즉, 귀를 파준 메리에게 감사했으나 개에게도 똑같이 해주더라는 에피소드에서 웃음을 주는 건, 개 취급을 당한 남자의 황당함이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듯 소심한 남자친구를 이끄는 메리의 담대함에 대한 흐뭇함이다. 중간중간 캐릭터의 표정 변화에서 극화체 표정을 활용하는 등 마인드C의 기존 장기가 소소한 웃음을 만들지만, 이들 장치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밌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의 큰 줄기인 연애의 사랑스러움이 너무 오글거리지 않게 중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실소나 고소가 아닌 행복해서 나오는 웃음으로의 전환. 이것이 발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성공적인 변화인 건 확실해 보인다. 비록 솔로에게는 분노를 불러일으킬지는 몰라도.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