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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노출 수위’ 가장 높은 웹툰…그래도 ‘19금’ 아닌…

등록 2015-01-16 19:32수정 2015-10-23 18:08

마일로 작가의 <여탕보고서>는 첫 화부터 ‘알몸 평등’을 외쳤다.
마일로 작가의 <여탕보고서>는 첫 화부터 ‘알몸 평등’을 외쳤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여탕보고서>의 마일로 작가
포털뿐 아니라 레진코믹스나 탑툰 같은 대안 플랫폼 연재작까지 포함해 노출 수위가 가장 높은 웹툰은 무엇일까. 놀라운 얘기지만 현재 가장 노출이 심한 작품은 가장 대중적이라는 네이버에서 연재 중이며 심지어 19금도 아니다. 바로 여탕을 소재로 한 마일로 작가의 일상 만화 <여탕보고서>다. 낚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아기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여성 캐릭터가 나체로 등장하면서도 야한 것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는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정철연 작가의 <마린블루스>,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 같은 초기 일상 웹툰은 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짝 과장되고 재밌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최근의 일상 웹툰은 성소수자의 연애를 다룬 <모두에게 완자가>나 <이게 뭐야>처럼 엄연히 존재하되 흔히 다뤄지지 않는 누군가의 일상으로 영역을 확장하거나, 결혼 준비 과정을 담은 <유부녀의 탄생>처럼 일상의 실팍한 한 지점만을 고르는 식으로 변별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금남의 구역인 여탕을 소재로 한 <여탕보고서> 역시 이처럼 일상 만화가 닿은 새로운 신천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건 만화가 만난 여탕이 아니라, 만화를 만난 여탕이다.

가정해보자. 과연 만화가 아니라면 여탕의 에피소드를 온전히 그려내는 게 가능할까. 제아무리 수위가 높은 티브이엔의 <에스엔엘(SNL) 코리아>라 해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첫 화부터 ‘알몸 평등’의 기치를 내건 <여탕보고서>는 철저히 단순화된 여체와 코믹한 표정을 통해 민망하지 않게 여탕에서 벌어지는 일을 훔쳐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물론 이것도 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을 테지만, 우리는 그들을 흔히 ‘음란마귀’라 부른다) <북두신권> 분위기의 세신사들은 수영복 차림이지만 섹시함보다는 박력이 넘치며, 홀딱 벗은 남녀 꼬마들이 바가지로 만든 부표와 함께 탕 안에서 불꽃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부터 자유롭다. 즉, 모자이크 처리나 특별히 숨기는 연출 없이도 노출이 주는 부담스러움은 걸러내고 해당 상황과 캐릭터의 재미만 오롯이 남는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그래서 <여탕보고서>는 일상 만화라는 장르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만화적으로 변형된 세상이라면 금남의 구역인 여탕뿐 아니라 그동안 음지로 여겨지던 다양한 장소와 그 안의 사람들을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19금을 달지 않고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을 할 새로운 일상 만화의 작가들에게 <여탕보고서>는 좋은 모범 예시로 남지 않을까. 어쨌든 애들 보는 작품에 나체가 웬 말이냐는 댓글은 안 달리는 걸 보면.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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