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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가끔은 후련한 카타르시스도 보고싶다

등록 2015-01-30 19:17수정 2015-10-23 18:08

<퇴마전쟁>의 주인공 천과 선은 멋있게 폼을 잡는 만큼 요괴를 잘 잡는 건 아니다.
<퇴마전쟁>의 주인공 천과 선은 멋있게 폼을 잡는 만큼 요괴를 잘 잡는 건 아니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고향의 꽃>, <사색전 청>, <킬러분식>, <퇴마전쟁>의 한 작가
그래, 가끔 이런 것도 좀 보여 달라고. 한(恨) 작가의 <퇴마전쟁> 최근 연재분에서 주인공 선과 그의 의형제이자 검술에 능한 천, 그리고 퇴마사 일행이 간만에 힘을 합쳐 구미호를 봉인하는 활극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단순히 각 인물들이 만들어낸 액션의 합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나름 검신이 환생했다는 설정을 갖췄음에도 항상 식칼로 아슬아슬하게 싸우는 천의 모습처럼, 유독 한 작가는 본인의 작품 속에서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지점에서 꼭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그려왔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히어로 역할을 해줄 것 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터프한 강력계 형사로서 고향 섬에 휴가를 갔다가 섬에 얽힌 비밀에 접근해가는 <고향의 섬>의 대한이 그러했고, 대한의 아버지이자 왕년의 조직폭력배 두목인 용두 역시 사건을 반전시킬 것 같았으며, <사색전 청>의 주인공 홍미주의 복싱 ‘싸부’인 준수는 잘생긴 외모와 복싱 실력이라는 좋은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킬러분식>의 주인공 추는 한때 최고의 킬러였지만 지금은 조용히 동네 양아치들을 참아가며 분식집 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 <존 윅>의 존 윅(키아누 리브스)처럼 꾹꾹 참다가 한 방에 분노를 폭발시키는 액션 영웅의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멋진 주인공이 조커가 되어 모든 걸 해결한다는, 그런 영웅의 이야기는 여기에 없다. 아버지를 비롯한 범죄자들이 새 삶을 살고자 수많은 추악함을 덮으며 만들어온 곳이 고향이란 걸(심지어 이 설정은 윤태호 작가의 <이끼>보다 앞선다) 알게 된 대한은 믿었던 상관에게 배신을 당한다. ‘전설의 주먹’인 용두도 뒤통수를 맞고 감금됐다. 준수는 차에 치여 쓰러졌고, 추는 자신이 죽였던 조직 두목의 아들 잭의 음모 때문에 화끈한 복수는커녕 본인이 복수의 대상이 되어 가정을 지키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당장 마왕을 봉인해 나라를 평온하게 해야 할 임무를 지닌 선과 천에게 조무래기 요괴와의 싸움도 쉽지 않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물론 한 작가는 해피엔딩까진 아니어도 작게나마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그려왔다. 다만 그 과정이 깔끔하지 않을 뿐이다. 형사인 주인공들은 법의 실현을 향해, 퇴마사들은 마왕의 퇴치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누적시킨다. <고향의 꽃>의 여주인공 수정의 죽음이나 <사색전 청>의 준수의 죽음처럼. 이처럼 영웅서사가 어울려 보이는 설정에서 딱 그 반대의 정서로 진행되는 한 작가의 세계는 선을 향한 진전이 어렵기에 더더욱 소중하다는 걸 역설한다. 영웅적인 주인공을 인간의 세계로 추락시켜 보여주는 이 진흙탕 싸움에 카타르시스는 부족할지언정 그 미덕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물론 가끔은 독자를 위한 서비스도 해주면 좋겠지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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