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머리를 놀리다가 자충수를 둔 백군. <못 잡아먹어 안달>은 남매에 대한 판타지를 무너뜨린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못 잡아먹어 안달>의 센개 작가
<못 잡아먹어 안달>의 센개 작가
남동생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서로 데면데면해지는 사이인데, 불필요한 오지랖을 부리는 것보다는 악의 없는 무관심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딱히 불꽃같은 형제애가 없어 아쉬웠던 적은 없다. 다만 가끔은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정다운 오누이의 모습에 대해 ‘그런 건 없엉~’ 하고 친절히 말해주는 웹툰이 있는데, 모나 작가의 <오빠 왔다>와 센개 작가의 <못 잡아먹어 안달>, 두 작품이다. 이 중 <못 잡아먹어 안달>은 가상의 캐릭터인 쌍둥이 남매 백군과 복의 제목 그대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일상을 큰 과장 없이도 코믹하게 보여준다.
정식 연재 전 제목이 <오빠 까는 만화>였던 <오빠 왔다>가 네 컷 개그만화의 정서에 충실하게 오빠의 만행을 과장되게 까발리며 웃음을 준다면, <못 잡아먹어 안달> 속 남매는 명확한 잘잘못 없이도 서로 으르렁댄다. 백군과 함께 계단 청소 당번이 된 복은 백군이 쓸고 내려간 자리마다 다시 먼지를 쓸어내리고, 같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가 사이좋은 모습이 남매가 아닌 친구 같다는 선생님의 말에 백군은 복을 던져버린다. 하다못해 백군의 코 옆에 뾰루지가 나는 것만으로도 복은 굳이 친구에게 백군이 오서방 닮지 않았느냐며 놀려야 직성이 풀린다. 예고편에서 개와 고양이로 표현됐던 것처럼, 동갑내기 남매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시비와 싸움의 대상이다. 특별히 뻔뻔한 오빠가 없더라도.
개그만화보다는 오히려 순정만화에 가까운 <못 잡아먹어 안달>의 예쁜 그림체는 그래서 중요하다. 꼭 만화적으로 과장된 표정과 개그 캐릭터다운 못생긴 남매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구질구질함은 존재한다. 제법 잘생긴 백군도 양치를 안 하면 입냄새로 동생을 기절시키고 귀여운 복도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가 찢어진 틈새 사이로 허벅지살이 삐져나오는 굴욕을 겪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냥 예쁘고 부러워 보일 남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리얼한 일상은, 그래서 더욱 남매에 대한 판타지를 강력하게 무너뜨린다.
첫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조금은 담담한 느낌의 ‘17년째 남매 중’을 통해 작가는 이러한 일상의 단단함을 한번 더 강조했던 것 같다. 유치원에서 포켓몬 놀이를 하다 원하는 캐릭터를 가질 수 없어 한바탕 싸운 걸 시작으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여동생을 놀리고, 체육시간에 오빠에게 ‘퍽큐’를 날리는 이 남매의 시시콜콜한 싸움의 역사는 매일 아침 같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뒷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예쁘게 생겨도 일상, 티격태격해도 일상인, 남매의 일상이 그 한 장면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 모습이 여전히 귀여워 보인다면, 그저 무경험자의 속 모르는 소리일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