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오직 크루 단위를 통해 가능하다. 크루 ‘아이고’는 다른 크루들과 대결하면서 방황하고 전진한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아이고>(IGO), <언더클래스 히어로>의 김우준 작가
<아이고>(IGO), <언더클래스 히어로>의 김우준 작가
‘크루(crew): (특정한 기술을 가지고 함께 일을 하는) 팀, 반, 조’
홍대에서 활동하는 벽화 크루 ‘아이고’(IGO)의 이야기를 담은 김우준 작가의 데뷔작 <아이고>(IGO) 첫 화 밑에 붙은 주석이다. 용어를 낯설어할 독자를 위한 배려 정도였겠지만, 흥미롭게도 <아이고>(IGO)와 현재 연재 중인 <언더클래스 히어로>, 심지어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 <2014 네이버 웹툰, 왓 이프?>에 수록된 단편 <신의 코트>까지, 크루는 김우준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김우준 작가의 <아이고>(IGO)와 <언더클래스 히어로>는 서사적 쌍생아라 할 법하다. 이들 작품에서 주요 갈등을 만들어내는 건 다른 크루와의 대결이다. 능력과 열정은 있지만 의욕은 없던 ‘아이고’가 오래간만에 긴장하고 마음을 다잡은 건 신생 크루 ‘고등어’의 도전 때문이었고, 방황과 도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그들이 청춘의 한 시기를 불사른 건 해외파 크루 ‘페퍼민트’와의 대결에서였다. 의문의 대폭발이 일어난 이후 세상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만화 <언더클래스 히어로>에서 인과 류진, 아미, 단영 일행 역시 일종의 크루로, 최대 세력 신국의 가주들을 비롯해 끊임없이 다른 고수 무리를 만나 싸우고 이를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물론 대결을 통한 성장이라는 건 소년만화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방식이다. 그것이 주인공을 중심에 놓은 팀 개념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김우준 작가의 방식이 특별하다고는 볼 수 없다. 중요한 건 그가 크루 대 크루의 대결을 진행해나가면서도 또한 주인공 크루 내부의 갈등과 성장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러한 성장을 통해서만 더 큰 적과 마주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그림으로 먹고살 방법을 고민하고 더 큰 세상에 부딪혀갈수록 주인공 인을 비롯해 ‘아이고’ 멤버들의 토론은 더 치열해진다. 만화가를 꿈꾸는 인은 대중문화가 하향평준화 된다고 투덜대며 자신이 다 평정하겠노라 말하지만, 또한 그의 친구들은 그렇다면 더더욱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봐야 할 거라 충고한다. <언더클래스 히어로>의 인과 류진은 새로운 적을 만날 때마다, 인이 대폭발의 원인이었다는 사실과 아미가 신국 국주의 딸이라는 충격적 진실을 마주할 때마다 그럼에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하나의 팀으로 더욱 견고해진다. 다시 말해 김우준 작가의 작품에서 성장은 오직 크루 단위를 통해 가능하다. 마치 혼자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처럼. 즉 그의 작품에서 꿈을 찾는 주인공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그것만이 본인과 또한 크루를 성장시키고 그것을 통해서만 더 큰 세상의 장애물에 도전할 수 있다. 아마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처럼.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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