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초기 홍설의 눈에 비친 유정의 모습. 하지만 지금 둘은 연애 중이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치즈 인 더 트랩>의 순끼 작가
<치즈 인 더 트랩>의 순끼 작가
그래서 과연 치즈는 무엇이고, 트랩은 무엇일까. 순끼 작가의 <치즈 인 더 트랩>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 홍설이 유정을 만나 벌어지는 캠퍼스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인다. 홍설은 똑똑하고 성실해 성적도 좋고 장학금도 받지만 비싼 등록금을 내는 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요컨대 신데렐라의 조건을 상당 부분 갖췄다. 여기에 불가리 시계에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학과 사람 모두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유정은 현대판 왕자님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 왕자님이 홍설에게 호의를 가지고 접근했다. 이제 남은 건 상큼한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설레는 로맨스의 과정뿐이다. 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야기는 상큼하지도 마냥 설레지도 않는다.
작품 소개에는 ‘평범한 여대생 홍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사실 홍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공부를 잘하거나 의외의 미인이라서만은 아니다. 그는 소위 평판이라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대상과 대상들끼리의 관계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지녔다. 그에게 세상은 균열의 형태로 드러난다. 유정과의 첫 만남에서 유정이 자신에게 들이대는 1학년 여학생에게 슬쩍 물을 쏟아 자리를 벗어나게 하는 걸 눈치챈 것 역시 홍설뿐이다. 하여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며 접근하는 유정이 웃는 얼굴 뒤에 냉정함을 숨긴 ‘뱀 같은’ 존재로 보인다. 여기서 신데렐라 스토리에 어울려 보이던 구도는, 차라리 진실을 통찰하는 홈즈 대 권력과 지능까지 겸비한 모리아티의 관계처럼 전환된다. 홍설은 자신에 대한 유정의 호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독자 역시 유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벌써 4년 넘도록 연재 중인 이 작품이, 그럼에도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시간 동안 홍설은 유정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그와 연인 관계가 되었고, 독자들 역시 둘의 키스신을 보며 순정만화 같은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온전히 모든 의심과 오해가 풀린 상황이라기보다는, 그나마 모리아티의 내면을 통찰하던 홈즈가 관찰자로서의 강점을 잃은 것에 가까워 보인다. 유정이 허심탄회하게 홍설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홍설은 예전보다 유정을 더 좋아하게 됐음을 솔직히 밝히지만, 유정은 ‘서로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독백한다. 여전히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관계엔 알 듯 모를 듯한 균열이 있다. 진실은 그 균열의 틈새로 보이지만 정작 그걸 통찰하던 주인공은 사랑에 빠졌다. 하여 물을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에서 과연 어디까지가 치즈고 어디까지가 덫일 것인가. 벌써 4년째 벌이고 있는 머리싸움이지만 여전히 답을 못 찾겠다. 그러니 알려줄 때까지 볼 수밖에.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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