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오늘의 낭만부>,의 억수씨
<연옥님이 보고 계셔>, <오늘의 낭만부>,
아프니까 청춘이다. 다시 봐도 기만적인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억수씨 작가의 에서 주인공 원이가 제대로 된 인간이 되자는 다짐을 하고 서점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사는 장면은 좋았다. 희망을 파는 건 기만일지 모르지만, 때로는 기만에 기대서라도 희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스쳐가는 장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웹툰 데뷔작 <연옥님이 보고 계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희망을 찾는 청춘들을 그리던 억수씨가 이번 에 이르러 좀 더 땅에 발붙인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수씨의 작품은 더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대학을 나온다고 희망찬 미래가 펼쳐지진 않는 동시대의 구체적인 암울함을 배경에 둔다. <연옥님이 보고 계셔>에서 주인공 정수의 아버지는 경제난과 함께 실직하고, 병에 걸려 일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둔 <오늘의 낭만부>의 은래는 학비를 벌기 위해 학교 사무국장 일을 하고 밤에는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청춘이나 희망은 쉽게 부정된다. 아버지가 주유소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었던 정수는, 분노 이후 할 수 있는 것이 없자 쉽게 무기력한 삶을 선택하고, 삶의 무게에 짓눌리던 은래는 “호랑말코 같은 궤도에 진입하고 싶어서 이 아름다운 청춘에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냐”는 혁집의 말에 주먹을 날리고 만다.
다들 행복해지고 싶지만 동시대의 한국은 청춘에게도 희망을 쉽게 허용해주지 않는다. <연옥님이 보고 계셔>는 이 난제를, 그럼에도 너는 괜찮다고 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끌어안아주는 가족과 연인, 친구를 통해 좁은 범위로나마 풀어낸다. 현학적이었던 <오늘의 낭만부>는 작가 스스로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실패적이었다. 낭만을 외치는 주인공 혁집은 정작 낭만이고 뭐고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다른 청춘을 제대로 공감해주지 않고, 은래의 문제는 보험금 1억원을 남기고 죽은 어머니를 통해 해결된다.
가 억수씨의 좀 더 깊어진 성찰을 보여주는 건 이 지점이다. 일본 사이트 <2ch>에 올라온 글을 원작으로 하지만, 그는 여기에 스펙과 취업에 목을 매는 동시대 청춘의 피로를 자연스레 덧씌운다. 그는 과거 혁집처럼 이런 삶에 무슨 행복이 있냐고 쉽게 말하는 대신, 그 피로함을 견뎌내는 중에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작은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를 성찰한다. 원작에 없는 노가다판 범석 아저씨의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시게’라는 충고처럼, 원이는 찌질한 인간이지만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에 희망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말에 잠시 의지해서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원이의 모습에 진짜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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