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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귀여운 척 하는 남자, 재수가 없지 않나”

등록 2007-08-24 18:27수정 2007-08-26 14:05

김동욱
김동욱
[인터뷰] 커피프린스1호점 최대 화제인물 김동욱
오는 28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문화방송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밤 9시55분)은 오랜 만에 등장한 풋풋한 청춘멜로드라마로 사랑받았다. 재벌 2세 한결과 남장여자 은찬의 순정만화 같은 사랑과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성과 유주의 현실적인 사랑은 이질적이지만 어긋남 없이 어우러졌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는 한결 역의 공유부터 은새 역의 한예인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중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 진하림을 연기한 김동욱은 주연배우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으며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대 수확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실, 김동욱의 인기는 의외였다. ‘프린스 3인방’ 중에서 그는 가장 키가 작고 동안의 얼굴을 지녔다. 사연을 가진 듯 신비스러운 남자 선기(김재욱)와 남자다운 외모에 착한 민엽(이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뽑은 ‘완벽한 남자의 조건’에 가장 가까웠다. 말 많고 귀여운 하림은 이런 대한민국 여성들의 남성관까지 바꿔 놓으며 <커피프린스 1호점>의 얼굴로 성장했다.

평범한 인물 하림을 특별한 남자로 바꾼 데는 하림을 연기한 배우 김동욱의 열연이 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2004년 영화 <발레 교습소>로 데뷔해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 <후회하지 않아> 등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다른 캐릭터보다 들떠 있는 하림이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 종영을 1주일 앞둔 지난 19일, 그를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나 드라마를 끝내는 소회를 들어봤다.


-이제 종영이다. 기분이 어떤가.

=어제(18일) 마지막 대본을 받았는데 가슴이 찡했다. 대본에 ‘마지막 잔’이라고 써있는데 시간이 언제 이만큼 흘렀나 싶어 감회가 새로웠다. 오디션 때 ‘쪽대본’으로 하림을 처음 만났다. 내가 하면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이 생긴 캐릭터였다. 욕심대로 잘 한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첫 드라마에서 홈런을 날렸다.


=이렇게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에는 걱정이 됐다. 선기 역의 재욱과 민엽 역의 언이 형이 너무 잘생겨서 나 때문에 ‘프린스’의 앙상블이 맞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림은 다른 면을 보여줄 비하인드 스토리도 없고 모성 본능을 자극할 사연도 없지 않나.(웃음) 이 사람 저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수다만 떠는데(웃음) 은찬 한결 선기 민엽 등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들과 어우러지면서 하림이가 산 것 같다.

-평범한 하림을 특별한 인물로 만든 데는 김동욱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처음 감독님과 정한 건 하림은 바람둥이에 귀여워야 한다는 거였다. 근데 그게 애매했다. 어떻게 귀여워야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또 귀여운 척 하는 남자는 재수가 없지 않나.(웃음) 학원물 같은 만화책에서 본 캐릭터들을 참고했는데 하림이란 캐릭터 자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들떠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수위 조절했다.

-인기의 8할은 “마이 찬~”이다.

=“마이 찬~”이라고 부르는 건 대본에 있었고 나머지는 알아서 설정한 것이 많다. 드라마가 처음이지만 재미있었던 건 배우들끼리 현장에서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윤정 피디님이 리허설 할 때 대사가 좀 밋밋하면 그냥 알아서 만들어 보라고 하신다. 언이 형이 나를 가로로 들고 나가는 ‘가로 본능’ 장면과 탕수육 먹다가 뜨거워 다시 내뱉는 장면 등 신의 엔딩은 대부분 애드리브다.

김동욱
김동욱

-하림은 하던 인테리어 일까지 접고 기꺼이 한결의 커피점 종업원이 된다. 김동욱은 어떤가.

=난 그렇게까지는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진 않는다.(웃음) 그런데 누가 필요하다고 찾으면 항상 돕는다. 아직까지 나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청한 사람은 없었고(웃음) 힘들다고 전화하면 나가서 이야기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정도? 하림이는 나보다 조금 더 밝다. 하림이가 부러웠던 건 난 생각이 많아 혼자 끙끙 앓으며 사서 고민하는데 뭐든 좋게 좋게 가는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하림처럼 연애도사도 아니라 맘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다가간다.

-의대에 가라는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쓴 하림처럼 김동욱의 연기 인생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더라.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연기를 하겠다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웃음) 반에서 5등 안에 들었었는데 내 실력보다 부모님들이 기대를 더 하신 것 같다. 가출도 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설득했다. 하루는 술에 취한 나를 데리러 나오신 아버지에게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고 술주정하듯 말씀드렸는데 그때 마음이 움직이신 것 같다. 허락하신 이후에는 밤 11시, 12시에 들어가도 안 주무시고 기다리셨다가 직접 밥을 차려주시곤 하셨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신다.

-왜 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 <킬리만자로>를 본 게 계기였다.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비디오를 빌리러 갔다가 아무 거나 집어 든 게 그 작품이었다. 보고 난 후 가슴이 떨렸다. 대중적인 영화는 분명 아닌데 왜 그랬을까? 배우가 되기 위한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데뷔 후 5년 만에 주목받았다.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

=많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왕의 남자> 오디션 시기 즈음이다. 뮤지컬 준비를 3주 정도 할 때 <왕의 남자>와 또 다른 영화의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갔다. 이제 나에게도 기회가 오나 했다. 그런데 준비 부족으로 <왕의 남자>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또 다른 영화에서도 떨어졌다. 무릎을 다치면서 뮤지컬도 못 하게 되고. 하루아침에 다 날아가 버린 거다. 뮤지컬 한다고 학교도 휴학한 상태였고.(웃음) 매일 술 마시고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사람도 안 만났다.

-<발레교습소> 소년가장, <아파트> 틱 장애를 겪는 소년, <후회하지 않아> 자살하는 호스트바 종업원 등 맡은 배역이 하나 같이 평탄한 인물이 아니다.

=작품이나 역할을 맡는데 자유롭고 싶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물,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에 도전 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연기하는 건 힘들다. 현장 가서 그 사람처럼 있으려고 노력한다. 하림이를 하면서는 일부러 장난을 치곤했는데, <아파트> 때는 말도 안하고 차에 가만히 있고 그랬다. 내가 그 사람이라 생각하고 연기한다. 이게 맞나 의심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내 연기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하림은 배우 김동욱을 스타로 만들었지만 또한 벗어나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웃음) 아직은 좀 이른 고민인 것 같다. 이제 시작인데 다른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열심히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악역하시는 분들은 악역만 맡지 않나. 나보다 더 힘들 테고 어떤 배역을 하든 그 배역이 사랑을 받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고민인 것 같다.

-프린스들에게 전하는 이별 메시지

=언이 형은 깍듯하고 예의바르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형 때문에 촬영이 재미있었고 함께 아이디어를 짜는 것도 즐거웠다. 낯을 많이 가리는 재욱이는 나와 비슷해 오히려 더 친해졌다. 틈나면 야구장을 찾는 취미도 비슷하다. 드라마 끝나면 야구장으로 출근해야지.(웃음)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는 것이 <커피프린스 1호점>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이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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