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문소리씨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앞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을 지켜야한”는 피켓을 들고 스크린쿼터 지키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대중음악 보호막 없이 한류확산↔한두명 진출이 경쟁력은 아니다
대기업자본 제작·유통망 튼튼↔수익률 떨어지면 언제든 ‘썰물’
대기업자본 제작·유통망 튼튼↔수익률 떨어지면 언제든 ‘썰물’
스크린쿼터 축소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 영화인들의 대립각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1월26일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정부는 그 다음날 이를 입법예고한 데 이어, 오는 20일께 법제처 심의를 거쳐 3월 중에 관련 조항(영화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영화인들에게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영화인들의 투쟁 강도가 높아지고 스타 배우들의 시위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새로운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은 ‘디스크쿼터’ 없이도 성공했다?=김종훈 자유무역협정(FTA) 한국쪽 수석대표는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나 보아 같은 한류 스타들의 예를 들면서 “디스크쿼터(음반쿼터)가 없었기 때문에 한류의 에너지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이 말 직후 몇몇 언론은 대중음악인들이 스크린쿼터를 비판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중음악계는 “각 문화분야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는 매우 위험한 단순비교”라고 우려했다. 서울음반의 함용일 사장은 “어느 나라에서건 대중음악은 노랫말이나 정서와 맞물려 음악 자체의 경쟁력보다 매체의 차별성으로 인해 미국 팝음악과의 경쟁이 유리한 분야”라며 “또 한국 음악시장 전체가 침체해 있는 지금 비와 보아 등 일부 가수들의 해외진출을 한국 음악의 경쟁력으로 보는 것은 근거가 희박한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팝음악이 세계 음반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 정도로, 할리우드가 90% 이상 잠식하고 있는 세계 영화시장 매출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대중음악이 보호장치가 없었다는 말도 틀렸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은 지상파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60~80%를 한국 대중음악으로 채워야 하는 방송쿼터제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한국예술학과)는 “전체 시장 규모가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갈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침체한 가장 큰 이유는 유통망의 붕괴, 즉 온라인 불법복제와 소매상의 파산 때문”이라며 “유통과 배급시장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는 대중음악 시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영화더러 대중음악을 따라가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기업 자본이 영화의 유통망을 떠받치고 있다?=스크린쿼터 축소론자들은 한국 영화산업이 충분히 성장했고, 구조적으로 대기업 자본이 이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씨제이, 케이티, 오리온, 롯데 등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진출했고 이 중 씨제이와 오리온, 롯데는 영화 제작·배급과 대규모 멀티플렉스 운영을 겸하고 있어 배급·유통망이 튼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90년대 중후반 삼성, 대우 등의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례를 들면서 지금의 대기업 자본도 한국 영화의 침체 기미가 보일 때 빠져나가거나 아니면 제작을 접고 극장업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한다. 엠케이픽처스의 이은 대표는 “수익률의 논리로 움직이는 대기업은 점점 더 수익성 높은 극장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스크린쿼터의 보호장치가 사라지면 결국 영화자본들이 극장업으로 내몰리면서 자국 영화가 침체한 일본처럼 한국도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을 채우면서 한국 영화 제작이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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