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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납북·탈북 ‘영화같은 인생’ 막 내려

등록 2006-04-12 19:13수정 2006-04-12 22:42

신상옥 감독 별세
영화감독 신상옥씨가 11일 밤 11시 서울대병원에서 여든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신씨는 2004년 C형 간염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지난 3월 말 병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1926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신씨는 경성고등보통학교, 일본 도쿄 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영화계로 뛰어들어 최인규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52년 <악야>로 데뷔했다. 53년에는 배우 최은희씨와 결혼했으며, 61년에는 자신이 감독한 <성춘향>을 고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과 같은 해에 개봉해 <춘향전>을 제치고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이동 영사차를 가지고 극장 없는 시골까지 찾아다니며 관객을 끌었던 <성춘향>의 흥행 규모는 지금으로 치면 <왕의 남자>에 견줄 만한 것이었다.

신씨는 66년 안양촬영소를 인수해 한국 최대의 영화사 신필름을 세웠다. 400평 스튜디오, 200평짜리 스튜디오와 현상소, 녹음실 등을 모두 갖춘 신필름은 한때 정규 직원이 300명에 이르러 한국 영화를 떠맡다시피 했다. 75년 허가 취소로 문을 닫기까지 한동안 사람들은 한국의 영화계를 신필름과 충무로로 양분해 부르기도 했다. 이형표, 이장호 감독 등이 신필름의 조감독 출신이다. 경영난도 있었지만 신필름이 문을 닫게 된 결정적 계기는 신씨가 영화 <장미와 들개>(75년) 예고편의 검열 삭제 부분을 극장 개봉 때 다시 붙여 튼 게 적발되면서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야간 통행증을 받아 밤중에도 안양의 신필름으로 차를 몰고 다녔던 신씨였지만, 검열의 족쇄는 결국 신씨와 권력을 떼어놓았다.

61년 ‘성춘향’ 대성공 신필림 세워 인생절정
부인 최은씨와 납북 그리고 탈북 ‘우여곡절’
말년 뮤지컬 제작 의욕

신씨는 78년 1월 부인 최은희씨가 납북된 뒤 같은 해 7월에 홍콩에서 납북돼 86년 미국으로 탈출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소금> 등 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2001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신씨는 ‘누군가 신 감독이 남한에서 영화 못 찍게 했으면 제 발로 북한에 갔을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는 질문자의 말에 “갔겠지, 동구라파만 됐어도 안 올 거였어, 우상숭배만 없었으면”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는 영화에 미쳐 산 사람이었다. 신씨는 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고, 2002년 뮤지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제작하고 2003년엔 안양신필름 영화아카데미를 세우는 등 말년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2002년 감독한 신구 주연의 <겨울 이야기>(미개봉)가 유작이 됐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12일 신 감독에게 추서가 결정된 금관문화훈장을 빈소에서 유족에게 전달했다. 유족으로 부인 최씨와 2남2녀가 있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02)2072-2091~2.

임범 기자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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