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 제462회 ‘내 몸의 주인’ 편의 한 장면.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네비게이터
어떤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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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시대, 라고 하면 너무 호들갑스러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급속히 발달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티브이, 영화 등 기존 엔터테인먼트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대중적이고 재밌는 매체가 웹툰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듯, 좋아하는 웹툰 한두 개쯤은 고정적으로 보는 시대, 이 지면을 통해 웹툰 작가들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공유하고 싶은 건 그래서다. 즐거움을 갈수록 찾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존재들이라니, 얼마나 소중한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 꼭 도래할 것이라 믿는 것들이 있다. 이승엽의 400 홈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 그리고 <마음의 소리> 1000회 특집. 어느새 700회도 훌쩍 넘은 이 웹툰은 매주 화, 금요일 단 한 번의 연재 건너뛰기도 마감 지연도 없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새삼스럽게 <마음의 소리>를 그리는 조석 작가의 성실함에 한마디 찬사를 덧붙이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오래오래 쌓인 시간과 독자와의 신뢰가 <마음의 소리>를 비롯한 그의 작품의 어떤 정체성이자 재미의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 다른 지면에 ‘<마음의 소리>는 서사물’이라 한 적이 있고, 조석은 스스로 “내 만화 장르가 개그가 아니라 열심, 혹은 부지런함이 된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사실 작품 안에서 웃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집중해 조석을 비평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마음의 소리>가 일상에 기반한 짧고 직설적인 농담에 가까웠다면,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던 중반기에는 에어로빅을 추다 몸이 꼬여서 풍요의 춤을 추거나 원귀의 한을 풀어주고, ‘타이거 어퍼컷’을 날리는 식의 황당한 아이디어가 매 컷 등장하는 소동극이 되었고, 600회를 넘기면서부터는 마치 시트콤처럼 흥미로운 설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일관성 있는 내러티브로 보여주었다. 중요한 건 그 변화가 모두 <마음의 소리>라는 오래된 타이틀의 웃음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들이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조석의 성실한 연재를 목도한 독자들에게도 역시 그러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웃음이라는 일관된 목적을 향해 쉬지 않고 걷는 한 타이틀 혹은 한 작가의 우직한 성장기에 가깝다.
<마음의 소리> 최근 회에서 고정 캐릭터인 조준이 가발을 거꾸로 썼다가 소변도 뒤로 보는 척하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개들을 산책시키던 조석이 개들에게 끌려 전차 경주를 하게 되는 식의 캐릭터 쇼가 뜬금없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러한 맥락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서사 덕분에 조준이 가진 대머리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조석이 자신의 애완견들에게 일종의 호구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의 소리>는 굳이 매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매 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지만 그것은 ‘<마음의 소리> 월드’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서 이해되고, 이들 에피소드들은 또다시 이 세계를 확장하는 벽돌 구실을 한다. 하여 이 독특한 웃음의 선순환 구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일지 모르겠다. 조석이라는 이름의 장르.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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