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 작가의 <흰둥이>에서 흰둥이의 만세 자세.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는 흰둥이의 트레이드마크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흰둥이>의 윤필 작가
<흰둥이>의 윤필 작가
언젠가 사이코패스 감정법이라는 게 인터넷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 정체불명의 테스트 따위 믿을 것도 못 되지만 사실 훨씬 간단하고 쉬운 진단법이 있다. 윤필 작가의 <흰둥이>를 보고 눈물을 안 흘리는 사람은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첫 화에서 과자 심부름을 간 사이 주인에게 버림받은 흰둥이가 배가 고파도 그 과자에 손을 안 대는 장면을 비롯해 공사판에서 함께 일하던 할아버지가 낙상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인 미래가 반 친구가 버린 책을 읽다가 거지 취급을 받는 모습 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이 이 만화에는 가득하다.
사회적 관심의 시선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조명한다는 것만으로도 <흰둥이>의 성취는 인정받아야 하겠지만, 더 큰 미덕은 타인의 고통을 들이밀어 독자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작 <검둥이 이야기>의 검둥이는 조금 다르지만, 그의 전작인 <야옹이와 흰둥이>, <흰둥이>, <낙오여군복귀기>의 주인공들은 놀라우리만치 낙관적인 캐릭터들이다. ‘진상’ 손님들 때문에 하루하루 고된 나날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야옹이는 파이팅을 외치고, 고된 공사판 일이라도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던 흰둥이는 대학교 청소 용역 일을 얻자 만세를 부른다. <낙오여군복귀기>의 반혜경 역시 행군에서 낙오되어 홀로 고되게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용기를 얻는 인물이다. 윤필 작가가 기어코 독자에게 눈물을 뽑아낸다면, 타인의 생채기를 들이밀어 충격과 죄책감을 자극해서가 아니라 어려움 가운데서도 지켜지는 혹은 지켜야 할 어떤 소중한 가치들이 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펑펑 눈물을 쏟게 하는 지점에서도 윤필 작가의 작품은 슬픔을 강요하기보다는 성찰의 기회를 준다. 흰둥이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에게 느끼는 측은지심을 통해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선, 우리가 조심해야 할 폭력에 대해 생각이 미치게 되는 것
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착취와 피착취의 메커니즘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쉽게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는 건 윤필 작가의 또다른 미덕이다. 피자를 공짜로 먹기 위해 배달 제한시간 30분을 넘길 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는 철없는 십대들, 고급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을 귀찮게 하면서도 서비스업종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손님처럼, 윤필 작가가 그려내는 폭력은 너무나 일상적인 동시에 우리 역시 종종 행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일지 모를 흰둥이를 보며 슬픔을 느끼는 것을 넘어 나 스스로 가해자가 되는 것을 경계하게 해주는 것, 그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 모두 윤필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보다 따뜻하고 강력한 계몽의 언어를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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