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통계로 해석한 삼국지, 영웅의 진가 들추네

등록 2013-08-02 19:17수정 2015-10-23 18:55

<삼국전투기>에 등장하는 위나라 장수 장합. 최훈 작가는 승률과 연봉으로 그의 위대함을 표현한다. 웹툰 갈무리
<삼국전투기>에 등장하는 위나라 장수 장합. 최훈 작가는 승률과 연봉으로 그의 위대함을 표현한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지엠>(GM), <삼국전투기>의 최훈 작가
“멘탈에 문제가 있는 선수들에게 스탯상 모순점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스탯상 모순점이 드러나는 선수가 바로 멘탈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프로야구선수 영입 시장을 다룬 웹툰 <지엠>(GM)에서 주인공 하민우가 하는 말이다. 프로야구 구단 램스의 전력분석팀인 그는 스탯(통계 자료) 신봉자다. 그에게 통계 수치란 현실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창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엠>, 더 넓게는 역시 공공연히 스스로 스탯 신봉자인 것을 밝히는 최훈 작가의 작품 세계에 고루 퍼진 일종의 철학이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를 야구 전문 만화가로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게 해준 작품이 한·미 프로야구를 리뷰하는 <엠엘비(MLB) 카툰>이라는 걸 떠올리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수치를 통해 야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찾는 세이버매트릭스라는 방법이 있을 정도로 야구는 기록과 통계의 스포츠다. 기억과 인상에 의존하는 사람은 어떤 타자에 대해 끝내기 적시타 한 방의 추억만으로 떠올리겠지만, 통계 신봉자는 그의 득점권 타율을 본다. <엠엘비 카툰>은 말하자면 후자로, 가령 류현진의 패배를 그리면서도 그가 감당해야 했던 팀의 수비 실책과 주루사 등의 무게를 가늠해 그가 얼마나 강한 투수인지 밝힌다.

통계 신봉자로서 최훈 작가의 진가는 오히려 야구 바깥에서 드러난다. 한국판 <머니볼>이라 할 수 있는 <지엠>이 작정하고 야구에서 통계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작품이라면, 현재 네이버에 연재중인 <삼국전투기>는 스탯으로 재해석한 <삼국지>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문무에 능한 장료를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비교하거나 촉군의 관우, 장비, 조운을 과거 삼성의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클린업트리오와 비견하는 특유의 비유법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하민우가 스탯을 통해 선수의 진가를 확인하듯, <삼국지연의>와 정사를 오가며 각 캐릭터들의 미처 알려지지 않은 면을 기록을 통해 끄집어내고 그것으로서 위·촉·오, 삼국시대의 진실에 접근하려 한다. 가령 위나라 관료의 식읍(지역 내 가구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기록을 통해 장합과 만총, 장료의 실제 전공을 가늠하고 그것을 만화에 반영한다. 서두에 인용한 <지엠>의 대사를 변용하자면 영웅이기에 뛰어난 스탯을 남기는 게 아니라, 뛰어난 스탯을 남기기에 영웅인 셈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말하자면 최훈 작가는 웹툰계의 빌리 빈이다. 창작자로서 드라마틱한 서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진 않지만 동시에 드라마에 가려질 수 있는 것들을 통계의 힘을 빌려 바라볼 줄 안다. 이미 독자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어제의 야구 경기나 <삼국지>의 내용이 새롭되 개연성 있게 재해석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과연 이것은 창작자로서 강점일까.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겠지만 그의 ‘득점권 타율’은 분명 높아 보인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