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강시 대소동>에서 ‘왕따’인 수탁 일행은 강시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강시 대소동>,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
<강시 대소동>,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
웹툰계의 <24>. 주동근 작가가 현재 연재 중인 <강시 대소동>과 전작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잭 바우어의 <24>는 실제 시간의 흐름처럼 하루 24시간 동안 쫓아가는 미국 드라마다. 이 드라마처럼 <강시 대소동>과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거의 실제 시간을 따라가듯 극적으로는 채 한 시간도 안 될 이야기를 한 회 연재 분량으로 묘사한다.
가령 학교에 고립됐던 주인공들이 학교를 탈출하는 며칠의 과정을 담은 <지금 우리 학교는>은 2년 반 동안 연재되었으며, 현재 56화째인 <강시 대소동>에서도 주인공들은 이제야 야영지에서 두번째 밤을 보내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품이 늘어지지 않는다면 <24>가 그러하듯 그 짧은 시간을 밀도 있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인공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갈등의 순간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 남라, 수혁 등이 겪는 며칠이 그토록 길게 연재될 수 있는 건, 그들이 버텨야 할 하루가 우리의 1년만큼 길고 힘겹기 때문이며, <강시 대소동>에서 수탁 일행의 둘째 밤이 유독 길어지는 건 강시를 앞에 두고 용기를 내기까지 상당한 내적 갈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좀비와 강시라는 고전적 공포의 대상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주인공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 이들에 맞서야 하고, <강시 대소동>은 제목 그대로 부활한 강시에 맞서는 이야기다. 요컨대 이 존재들은 주인공들이 겪는 시간의 밀도를 급격히 올려준다.
몇몇 착하고 똑똑한 주인공들이 최종적으로 학교에서 탈출했던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교내 ‘왕따’인 수탁 일행이 강시에 대항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하는 <강시 대소동>으로의 변화는 그래서 흥미롭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감염자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생활하던 선생님과 친구들이다. 즉 그들을 통해 평범해 보이던 학교라는 공간과 일상은 지옥이 된다. 하지만 훨씬 코믹한 느낌이 강한 <강시 대소동>에서 강시는 야영지라는 일탈의 공간에서 등장한 역시 일탈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수탁을 비롯
한 교내 ‘왕따’인 주인공들에게 오히려 모험의 대상이 된다. 일상적인 따돌림을 받았던 아이들이 중심에 설 수 있는 건, 그러한 일상성이 무너진 공간과 시간에서뿐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28일 후>라면, <강시 대소동>은 강시가 등장하는 <15소년 표류기>에 가깝다. 즉 전작과 거의 비슷한 소재와 풀어가는 방식 속에서도 전혀 다른 주제 의식으로 장르적 질감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두 작품 중 무엇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주동근 작가의 내공만큼은 더 깊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며칠, 아니 몇년이 지났는데.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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