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마지막 퍼즐 한조각까지 들어맞는 쾌감

등록 2013-08-30 19:36수정 2015-10-23 18:54

<타임 인 조선>
<타임 인 조선>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타임 인 조선>, <촹국지>의 이윤창 작가
이것은 몇 년간 본 것 중 최고의 엔딩이다. 지난 20일 연재가 끝난 이윤창 작가의 <타임 인 조선>의 마지막 회를 봤을 때 든 생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마지막 회를 본 뒤, 작가의 말을 따라 약 1년 전, 60화 ‘점쟁이 여인’ 편을 보고 든 생각이다. 조선에서 현재로 돌아온 주인공 장준재가 늙어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 대한 복선, 더 정확히는 마지막 장면 이후의 이야기가 이미 1년 전에 나와 있었다. 이미 작품 속에서 수많은 복선을 치밀하게 깔고 그것들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회수했던 <타임 인 조선>이기에 많은 이들이 결말에 대해 추리하고 기대했지만 정말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1년 전의 작은 에피소드가 대단원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되는 것을 봤을 때의 쾌감은 굉장한 것이었다.(여담이지만 올해 7월, 60화를 보고 결말을 정확하게 예측한 신통한 댓글이 이미 올라와 한번 더 화제가 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임 인 조선>은 수없이 많은 복선을 깔고 그것을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하나하나 풀어나갔는데, 이것이 정말 치밀한 건 이런 플롯의 장치가 철저히 이야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1, 2부로 나뉜 구성 속에서 평범한 고등학생 장준재가 미래에서 온 철수철수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에 내려와 춘춘국밥집 모녀와 함께 벌이는 시트콤 방식의 깨알 같은 소동극이 1부였다면, 그들이 정조 시대라는 격동기의 역사에 휘말려 벌이는 모험이 2부를 구성한다. 1부에서 그저 개그로 보였던 요소들, 가령 주모의 엄청난 완력이나 두꺼운 화장은 그의 숨겨진 사연과 연결되며 서로 다른 분위기의 1부와 2부를 자연스레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일본의 소설가 온다 리쿠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잘된 이야기의 재미에 대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들어맞았다는 쾌감’이라고 설명하는데, 정말 <타임 인 조선>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철커덕 들어맞으며 퍼즐이 완성되는 쾌감을 주는 잘된 이야기다.

이윤창 작가가 약 6년 전 촹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을 때 <촹일기>나 <촹국지>처럼 짧은 호흡의 개그물에서 강점을 보여줬다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이들 작품이 여타 개그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에피소드 형식이라면, <타임 인 조선> 1부는 김규삼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작가 타입의 옴니버스 형식이고, 2부까지 봤을 땐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물이다. 하나의 장치를 짧은 호흡에서 한번 터뜨리고 역사라는 긴 호흡에서 한번 더 터뜨리는 <타임 인 조선>의 방식은 이처럼 세 가지 방식의 호흡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작가의 명민함을 증명한다. 포털 정식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사실 이상으로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그의 차기작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시 조선으로 돌아간 준재가 그러했듯, <타임 인 조선>의 처음으로 돌아가 정주행하고 다시 정주행하는 무한 반복을 하며 기다릴 수밖에.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