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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무적 최강 로봇이 돌아왔다

등록 2013-09-27 19:34수정 2015-10-23 18:52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오마주였던 <브이>의 한 장면. 웹툰 <브이> 갈무리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오마주였던 <브이>의 한 장면. 웹툰 <브이>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한성 1905>, <브이>의 작가 제피가루
어린 시절의 나에겐 단 두 종류의 만화영화만이 있었다. 로봇이 나오는 만화와 나오지 않는 만화. 세계를 호령하던 디즈니 캐릭터들에게는 콧방귀를 뀌면서도 조악한 반공만화인 <로보트왕 썬샤크>에는 환장을 하고, 영상의 마술사라던 스티븐 스필버그보다 김청기 감독이 위대하게 느껴졌던 시절이다. 포털 다음 데뷔작 <브이>부터 꾸준히 메카닉 장르를 시도해온 제피가루 작가의 작품을 볼 때마다 반가운 건 그래서다. 한때 만화영화를 양분하던 로봇의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운 동시대 웹툰 시장에서 그의 작품은 어릴 적 로봇을 봤을 때의 흥분을 재현해낸다.

스스로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오마주임을 숨기지 않던 <브이>의 경우 중년의 무기력한 가장이 된 훈이가 다시 태권브이를 조종하며 지구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독자의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친다면 <브이>는 단순한 추억팔이 정도로 태권브이를 소비하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메카닉 장르로서 <브이>가 흥미로운 건, 과거의 로봇을 지금 이곳으로 소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최강이자 무적인 로봇의 매력을 오롯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중은 여전히 거대 로봇의 활약에 놀라움을 느끼고, 태권브이의 전력은 동시대의 어떤 군사력보다 강력하다. 최고의 변신 로봇을 보여주고도, 로봇 잡는 미군의 군사력을 홍보하느라 김이 샜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려보라. 즉 그의 작품은 로봇이 신기하던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기보다는 지금 여기서 다시 그때의 흥분을 느끼게 해준다. 후속작 <방벽동>에 등장하는 로봇인 풍년 1호 역시 외계 생명체 스페르마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등장한다. 최근 영화 <퍼시픽 림>에서야 다시금 되찾은 절대 병기로서의 자존심을 제피가루 작가는 5년 전에 선취한 셈이다.(우연이겠지만 방벽으로 외계 생물로부터 인류의 보금자리를 지킨다는 설정 역시 동일하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조선과 일본이 하나의 제국이 되고 현재보다 과학도 발달한 가상의 1905년을 그린 현재 연재작 <한성 1905>가 흥미로운 설정만큼이나 메카닉 장르로서의 매력 역시 드러내는 건 이 지점이다. 극도로 발전한 과학 문명과 개화기 조선의 의복 및 문화가 묘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두마로를 비롯한 몇몇 기계인, 즉 사이보그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보다 더 신비한 존재로 그려진다. 거대 로봇의 모든 요소를 갖춘 무기 증기갑을 보며 놀라는 인물들의 모습 역시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이처럼 제피가루 작가의 작품은 경외의 대상으로서의 로봇을 다시금 경험하게 해준다. 아침잠 많은 아이들이 일요일 아침마다 <스타에이스>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났던 그 시절처럼. 정말 이 얼마나 신나는 경험인가.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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