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닭강정을 산 청년에게 참견하고 싶어하는 난다 작가의 초조한 모습. 재밌지만 과장되지 않았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어쿠스틱 라이프>, <내가 태어날 때까지>의 난다 작가
<어쿠스틱 라이프>, <내가 태어날 때까지>의 난다 작가
참 잘 지은 제목이다. 난다 작가의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귀와 입에 착 붙는 어감 때문에 한번, 작품 내용과의 어울림 때문에 한번 더. 일상 만화로서 묘사하는 작가와 그의 남편 한군의 하루하루는 깨가 쏟아지지도 열정이 불타오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품 안에서 묘사되는 그들은 누가 누가 더 시니컬한 말로 말씨름에서 이길 수 있는지 경쟁하는 듯하고, 가끔 자학적으로 묘사되는 작가는 본인은 어딘가 덜렁덜렁하고 때로는 찌질하다. 그들의 잦은 다툼이 살벌하기보다는 귀엽거나 코믹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특유의 동글동글한 그림체를 제외하면 <어쿠스틱 라이프>에 묘사되는 일상은 평범하다. 별다른 증폭 없는 일상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어쿠스틱’하다.
일상 만화를 범박하게 분류한다면 김양수 작가의 <생활의 참견>이 본인과 남의 매우 웃긴 사연을 가져오는 것이고, 가스파드 작가의 <선천적 얼간이들>은 그 대척점에서 조금 재밌는 사연을 엄청난 박력으로 재밌게 포장해내며, 다수의 작품은 둘 사이 어딘가 즈음에 존재할 것이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흥미롭다면 이 좌표의 정 가운데 즈음에서 평범한 일상을 과장되지 않은 톤으로 묘사하지만 어정쩡하기보다는 그 일상에 대한 차분한 성찰이 뚜렷한 개성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가령 맛없는 닭강정을 구입하는 청년에게 참견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에피소드에서 그는 참견 욕구를 참기 위해 유난을 떨진 않는다. 대신 평소에 초연한 자신이 왜 그랬는지 조용히 생각해보고 그 과정 역시 일상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설명한다. 성찰이라고 표현했지만 목에 힘준 잠언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담담히 ‘나는 이렇더라고요’라고 말할 뿐이다. 가르치지도 과시하지도 않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일상이란 대단치는 않아도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한 것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특별한 위로의 말이 없어도 그의 작품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는 기분인 건 그래서다.
아마도 본인의 경험을 어느 정도 녹여냈겠지만 일상 만화는 아닌 최근작 <내가 태어날 때까지>는 이러한 작가의 장점이 가상의 스토리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어렵게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그의 남편이 아이를 기다리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에서도 초음파 검사를 받고, 아이의 성별을 확인하고, 임신 물품을 구매하는 이야기는 무척 보편적이다. 난다 작가는 여기에 특별한 사건을 더하기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 일이 자신에게는 ‘이렇게 놀랍고 대단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부모가 된다는 건 ‘어렵고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도 흔하다고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평범하지만 종종 잊는 진리를 난다 작가의 작품은 소소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환기시켜준다. 어쿠스틱 기타 같은 기분 좋은 울림과 함께.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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