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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적극적 태도만 있다면 ‘웹툰웹툰’ 만들어요

등록 2013-11-22 19:34수정 2015-10-23 18:47

레시피의 화신인 네이버 키친요정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역전! 야매요리>의 야매토끼. 웹툰 갈무리
레시피의 화신인 네이버 키친요정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역전! 야매요리>의 야매토끼.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어쩌다 보니 웹툰과 웹툰 작가에 대한 글을 자주 쓰게 되면서, 왜 이렇게 웹툰이 활성화되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출판만화의 컷 구성보다 자유로운 형식, 누구나 작품을 올리고 검증받을 수 있는 플랫폼의 낮은 문턱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데, 이번에 소개할 <역전!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는 아마 이러한 주장에 대한 가장 훌륭한 증거가 될 것 같다. 유머 커뮤니티에 요리를 ‘야매’로 하는 과정을 사진과 코믹한 코멘트로 정리한 포토툰으로 인기를 끌던 젊은 미취업자는 만화와 접목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역전! 야매요리>를 탄생시켰고 근래 2년 사이 작가로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소금을 소금소금 뿌린다”는 식의 식재료 이름을 활용한 의성어(혹은 의태어) 멘트나 패러디 등 작가 특유의 개그 센스도 센스지만, 역시 <역전! 야매요리>의 가장 큰 매력은 요리에서 부담을 제거하면 예능이 남는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야매’라는 말에서도 가늠할 수 있지만 그의 요리 방식은 정해진 재료와 최적의 레시피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를 위해 요리를 엉터리로 망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정식 레시피를 따르지 않아도 집에 있는 재료와 근성, 재치가 있다면 어쨌든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다. 도전이란 건 그런 거다. 완벽한 상황을 기다리기보다는 준비가 미흡해도 우선 시도해본다는 것. 맛이 엉망일 수도, 아예 새로운 맛이 나올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주방을 무대로 한바탕 재밌게 놀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양한 개그 멘트를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요리 과정이 좌충우돌 예능 리얼리티쇼 같은 재미를 주는 건 그래서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그런 면에서 <역전! 야매요리>는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만화’의 어떤 반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야매’ 수준이라는 건 물론 아니다. 만화에 대한 정규 커리큘럼이나 입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토툰 형식으로 만화를 만들어본다는 것, 그 두려움 없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흥미로운 웹툰과 아직 어리고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작가를 결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앞서 말한 형식과 플랫폼으로서 웹툰의 장점이란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아주 조금만 첨언하겠다. 사실 과거 출판만화의 기준으로 웹툰을 평가하는 몇몇 독자들은 정다정 작가를 만화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은 편협한 것을 넘어 웹툰 플랫폼의 장점을 무력화하는 태도이기에 위험하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좋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통해 나오는 좋은 작가에게 초를 치기보다는 집에서 아무 음식에나 초를 치며 ‘짝퉁’ <역전! 야매요리>라도 시도해보는 게 만화계에 더 생산적인 일일 거라고.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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