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에 밥을 먹는 일상적인 즐거움도 극대화하는 <오므라이스 잼잼>의 한 장면.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오므라이스 잼잼>, <차이니즈 봉봉클럽>의 조경규 작가
<오므라이스 잼잼>, <차이니즈 봉봉클럽>의 조경규 작가
올해 한해를 돌아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대중문화 코드 중 하나는 ‘먹방’이었다. 과거 에스비에스 <결정 맛대맛> 같은 요리 프로그램들이 고급스러운 요리의 자태로서 보는 이의 시각과 미각을 자극했다면, 새롭게 등장한 ‘먹방’은 라면처럼 일상적인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포식하는 모습으로 맛에 대한 욕구와는 또 다른 식탐을 자극했다. 하지만 웹툰 독자들이라면 이러한 ‘먹방’ 열풍과 그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이 새삼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디어 다음에서 대표작 <오므라이스 잼잼> 새 시즌으로 돌아온 조경규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보아온 독자들이라면.
작가 본인의 일상을 소재로 먹을거리에 대한 추억을 풀어내는 <오므라이스 잼잼>이나 중국 현지에서 살며 직접 경험한 음식점 정보를 집대성한 <차이니즈 봉봉클럽-북경 편>, 돼지고기라는 식재료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돼지고기 동동> 등 조경규 작가의 작품은 웹툰계에서 식도락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차이니즈 봉봉클럽-북경 편>에서 종종 화려한 중국 요리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로 보는 이의 혼을 빼놓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만화는 우리가 미처 접하기 어려운 신비의 음식에 대한 권위 있는 비평 역할을 하기보단 ‘먹방’처럼 일상적인 음식들을 통해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곧 북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오리구이를 설명할 때나, 쌀밥에 부대찌개를 먹는 즐거움을 이야기할 때나 그의 음식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 먹는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고, 그것은 하루 세 끼의 평범한 식사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식탐의 긍정이 이들 작품에는 있다.
먹는 행위에 대한 이런 절대적 긍정은 때로 그의 작품을 불편하게도 만든다. 그가 <돼지고기 동동>에서 주인공의 장인어른 입을 빌려 채식주의자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명백히 비겁하고 저열하다. 육식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고 채식주의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육식의 필연성을 방어하는 정도였더라면 좋았겠지만, 채식주의자들을 자기만족에 빠진 족속으로 묘사하고 누가 봐도 이효리가 분명한 소주 광고 모델을 보여주는 건 너무 멀리 나갔다. 거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 장점과 단점은 결국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한 몸인데 그의 이런 거침없는 태도 덕분에 맛이 있고 없음에 대한 솔직 당당한 후기와 팔도 비빔면을 굳이 비빔라면이라 돌려 말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조금은 무책임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적 식탐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조경규 스타일의 식도락은 정치적인 균형과 중립을 포기했을 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먹방’을 보던 우리의 즐거움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다이어트고 무어고 간에 식탐에 모든 것을 내맡긴 채 잠시 나를 잊게 만드는 그런 포기의 즐거움이.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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