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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서유기도 예외없는 ‘기-승-전-와장창!’

등록 2013-12-27 19:31수정 2015-10-23 18:44

<이말년 씨리즈> ‘웃음장례식’ 편의 마지막 장면. 이런 식의 변주된 ‘와장창’은 이말년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웹툰 갈무리
<이말년 씨리즈> ‘웃음장례식’ 편의 마지막 장면. 이런 식의 변주된 ‘와장창’은 이말년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이말년 씨리즈>, <이말년 서유기>의 이말년 작가
드디어 2013년의 마지막 주말이다. 12월 들어 오늘까지 4주째 이어온 나홀로 웹툰 시상식의 마지막 부문 시상이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여 마지막 시상에 어울리는 거물급 인기 작가를 선택했다. 바로 ‘올해의 복귀’ 부문 이말년 작가다. 지난해 12월25일 ‘본격산타만화 산타학교’ 편을 마지막으로 인기 웹툰 <이말년 씨리즈>를 완결했던 그는, 거의 1년여 만에 (그사이 4컷 만화 같은 단편 프로젝트를 진행하긴 했지만) 새로운 장편 타이틀인 <이말년 서유기>를 들고 돌아왔다.

물론 돌아온 이말년 작가가 반갑다면, 단순히 1년여의 기다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에 이 지면을 통해 소위 ‘병맛’ 웹툰 트로이카로 조석, 이말년, 귀귀를 꼽기도 했지만, ‘기-승-전’까지 이야기를 쌓아놓은 뒤, ‘와장창’이라는 특유의 의성어와 함께 말 그대로 이야기를 무너뜨리며 황당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그의 개그는 허무와 당혹 사이에서 독특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가령 그를 단숨에 ‘병맛’계의 신성으로 만들었던 ‘불타는 버스’의 인물들은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붙은 버스를 몰고 청와대로 직행하지만 그 끝은 각 인물들의 사망 신고이고, 커피믹스로 홍대 카페 골목을 접수하려 한 야심찬 두 남자의 이야기인 ‘전설의 커피마스터’ 편에선 그들의 폐업 소식을 ‘눈물의 똥꼬쇼’라는 문구의 전단지로 전한다. 마치 작품 속 불타는 버스가 그러했듯 그의 플롯은 막무가내로 멸망의 구렁텅이를 향해 달려간다. 기-승-전-와장창.

이처럼 일정한 패턴에도 불구하고 그의 개그 만화가 질리지 않는다면, 그 한번의 ‘와장창’을 위해 개그 만화로서 충분히 재밌을 정도로 이야기를 쌓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각국의 신이 한 학교에서 공부하는 ‘올림포스 스쿨’이나 벌레들이 야구 경기를 하는 ‘만흥리벌레리그 베이스볼’처럼 그 자체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하는 작품의 경우 독자들은 설정 안에서 파생되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정신없이 쫓다가 그가 준비한 ‘와장창’의 덫에 빠지는 것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소재 고갈을 이유로 <이말년 씨리즈>를 그만뒀던 그가, <서유기>를 패러디한 장편 <이말년 서유기>를 들고 온 건 그래서 반갑고도 기대되는 일이다. 흥미로운 설정에서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그에게 <서유기>라는 원전은 제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최상의 재료 중 하나다. 과연 그는 장편 스토리물이라는 호흡과 자신의 질주 본능을 조화시킬지, 과거 고우영 작가가 그러했듯 <서유기>라는 고전의 매력 역시 살리면서 본인의 개그 센스를 담아낼지 의문은 남지만, 이처럼 의문을 남기는 복귀만이 도전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 아닐까. 만약 그 도전의 끝이 ‘와장창’이 된다 해도.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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