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의 탁월한 작화.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수퍼우먼>,의 임강혁 작가
<수퍼우먼>,
언젠가부터 영화화되는 웹툰이 많아지면서 종종 왜 이토록 웹툰이 원작으로 인기가 많아지는지에 대한 질문이나 원고 청탁을 종종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화되고 드라마로 만들어지기에 웹툰의 가치가 증명된다는 식의 분석이나 담론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마치 영화가 더 높은 상위 문화고 영화화되는 것이 작품에 대한 인정인 양 이야기될 땐 화마저 난다. 특히 만화이기에 가능한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일 경우에는 더더욱. 오늘 소개하려는 임강혁 작가의 작품이 그러하다.
현재 임강혁 작가가 그림을, 홍성수 작가가 글을 맡아 미디어다음에 연재중인 <피크>(PEAK)는 동시대의 산악구조대를 다룬다는 소재의 특수성과 긴박감 넘치는 사건들 때문에 팬들에게 종종 드라마 혹은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작품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실사화되는 걸 보고 싶은 팬들의 바람이야 백 퍼센트 이해하지만, 과연 <피크>가 만화 아닌 매체에서 지금만큼 매력 있는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다. 만화적인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다. 탄탄한 등반 지식과 리얼한 묘사가 돋보이는 <피크>의 스토리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충분히 어울린다. <피크>의 핵심은 그 리얼한 등반이 임강혁 작가의 수준 높은 작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임강혁 작가는 주인공 연성을 비롯한 인물들이 바위를 오를 때의 터질 것 같은 근육의 긴장감과 탄력 있는 동작을 그 어떤 영상 매체보다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의 그림을 통해 비로소 암벽 등반은 인간과 자연이 다투는 강렬한 육체의 서사가 될 수 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에서 무사시가 칼을 휘두를 때 느껴지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피크>에도 있다.
그래픽 노블로 불리는 미국 만화 그림체가 돋보였던 그의 전작 <수퍼우먼>에 달린 ‘그림 속에 갇혀 있는 영화’라는 찬사의 댓글에 대해서는 그래서 동의하기 어렵다. <수퍼우먼>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난해하긴 했지만, 미국식 그림체와 힘있는 액션 연출을 통해 슈퍼히어로 장르 만화의 분위기를 온전히 재현할 수 있었다. 특히 한 컷의 동작 안에 근육의 모든 힘이 집약된 액션 신은 움직이는 영상으로는 연출해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수퍼우먼>과 <피크>처럼 전체적 흐름보다는 한순간의 밀도 높은 긴장감이 돋보이는 이야기에서 임강혁 작가가 힘있게 그려낸 한 컷보다 뛰어난 연출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오직 만화이기에 가능한 역동성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앞서 인용한 댓글을 역으로 인용해 임강혁 작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겠다. 스크린에 풀어놓기 아까운 팽팽한 그림의 힘이라고.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