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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패기와 노련함, 어느 것도 모자람 없이

등록 2014-03-14 19:12수정 2015-10-23 18:26

만화부 가입을 고민하는 <프리드로우>의 주인공 ‘강냉이 머신’ 한태성. 웹툰 갈무리
만화부 가입을 고민하는 <프리드로우>의 주인공 ‘강냉이 머신’ 한태성.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프리드로우>의 전선욱 작가
기존의 구도를 뒤흔드는 특급 신인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가슴 뛰는 일이다. <슬램덩크>에서 이정환을 앞에 두고 덩크한 서태웅이 그러하고, 삼진을 꽂아 넣던 프로야구의 류현진이 그러했으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들고 온 류승완이 그러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네이버에 <프리드로우>를 연재중인 전선욱 작가를 볼 때도 그런 기분이 든다. 아직 아마추어 공간에 작품을 올리던 시절에도 작품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리드로우>는 정식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해당 요일의 조회수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이 이십대 중반 신인이 정말 슈퍼루키로 느껴진다면 이러한 외형적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 <프리드로우>는 십대를 중심으로 한 웹툰 주 독자층에 인기를 끌 만한 요소를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중학교 일진 출신으로서 친구들에게 만화가의 꿈을 들키지 않으려 안절부절못하는 주인공 한태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는 학원물, 성장물, 액션물, 시추에이션 코미디 등 다양한 인기 장르의 장점이 알알이 박혀 있다. 3차원(3D) 카툰 렌더링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림 실력도 좋다. 무엇보다 설정과 캐릭터, 개그 센스를 한 회에 몰아 보여주며 첫 화만으로 독자를 휘어잡은 전략적 태도는 신인답지 않게 노련하다. 성공하는 웹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면 모두 <프리드로우> 안에서 설명이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특급 신인을 보며 가슴이 뛰는 건, 그가 특급이라서가 아니라 신인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전선욱 작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웹툰 플랫폼 안에서 검증된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만, 단 한번도 빤하게 사용하진 않는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가령 고등학교에선 새로운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며 같은 반 친구의 시비를 애써 피하던 한태성이 폭발하는 모습은 여타의 학원액션물에서 종종 보던 것이지만, 참는 시간은 놀랍도록 짧고 폭발하자마자 양아치 근성을 드러내며 반에서 담배를 피우고 반 아이에게 ‘빵셔틀’을 시키는 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한태성과 3학년 일진 이지훈의 대결에서 방심한 이지훈이 녹다운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전선욱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정석적이기보다는 자유롭고 변칙적이다. 작품 제목인 <프리드로우>(농구에서의 자유투가 아닌, 자유롭게(Free) 그린다(Draw)는 뜻)처럼.

그래서 <프리드로우> 프롤로그의 다음 대사를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가슴이 뛴다. ‘청춘은 하얀 백지와 같아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인생은 바뀐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태성과 친구들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말을 믿고 싶어진다. 자신만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신인의 패기란 이토록 전염력이 강하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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