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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개그와 진지함 오가는 마왕의 절대능력

등록 2014-07-11 18:37수정 2014-07-12 13:09

작품 안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하는 마왕의 필살기 ‘으랴’.
작품 안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하는 마왕의 필살기 ‘으랴’.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심심한 마왕>의 김상민 작가
언젠가 이 코너에서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를 소개하며 ‘먼치킨류’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재능 있는 주인공이 더 강한 적들을 격파하며 최고의 위치에 올라가는 격투 성장물과 달리 이미 최고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먼치킨류’는 주인공이 존재 자체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사의 긴장감과 동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마계 최강, 어쩌면 천계까지 포함해 최고의 힘을 지닌 마왕 베르제뷔트가 등장하는 김상민 작가의 <심심한 마왕> 역시 이러한 ‘먼치킨류’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작가는 코미디와 판타지를 오가는 장르적 변주를 통해 이 약점을 오히려 작품의 장점으로 끌어올린다.

초기 <심심한 마왕>은 옴니버스 형식에 가까운 개그만화였다. 평화로운 마계에서 말 그대로 심심한 마왕 베르제뷔트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하급 악마나 마계 2인자 마심을 괴롭히고, 그들의 부질없는 저항이나 도망은 마왕의 최종기술 ‘으랴’ 한 방에 무위로 돌아간다. 재밌지만, 반복되는 패턴으로 계속 재미를 줄 수는 없다. 마왕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인간계의 공주를 납치하면서 서사의 새로운 동력을 얻었던 <심심한 마왕>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사를 비롯한 인간 무리가 마계에 침입하면서 초기의 가벼운 개그만화에서 점차 진지한 분위기의 판타지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많은 작품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 코믹 판타지에서 거대한 가상의 역사물이 된 빤스 작가의 <히어로메이커>가 그러하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를 그리다가 다중 우주의 이야기까지 확장됐던 미티 작가의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가 그러했다. <심심한 마왕>이 흥미로운 건, 점차 심각해지고 복잡해지는 이야기를 마왕이라는 최종병기로 해결하는 ‘먼치킨류’의 방법론을 따르되 자칫 서사의 긴장감이 사라질 수도 있는 지점에서 다시 초기 개그만화의 정서를 가져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시즌 1, 2 최대의 적이자 음모의 배후였던 그란츠가 마신과 융합하여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마왕이 등장하는 것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다. 하지만 마왕이 강자 대 강자의 멋진 일합을 겨루기보다는 “으랴”라는 외침으로 그란츠를 날리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그란츠에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유행어를 쓰며 공격할 때, 먼치킨 주인공은 김빠지는 해결책이 아닌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반전하는 카드가 된다. 즉 마왕은 개그와 진지 사이의 경계선이자 스위치 같은 존재다. 그러고 보면 작품 속 세계뿐 아니라 작품 자체의 성격까지 바꿀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먼치킨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반칙 아닌가.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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