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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작가는 꽃미남에게 모든 걸 주지 않았네

등록 2014-07-18 18:43수정 2015-10-23 18:17

<꽃가족>의 3대 미남 독고모란, 황준, 리처드, 그리고 뇌 미남 곽국광의 조합.
<꽃가족>의 3대 미남 독고모란, 황준, 리처드, 그리고 뇌 미남 곽국광의 조합.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꽃가족>의 이상신, 국중록 작가
최근 한국 블록버스터는 ‘눈호강’이 화두인 것 같다. 다른 건 다 별로여도 정우성의 얼굴과 몸매로 모든 게 용서된다는 <신의 한 수>에 이어 강동원 역대 최고의 비주얼이라는 소문만으로 화제가 되는 <군도: 민란의 시대>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장동건과 차승원으로 비슷한 효과를 기대했던 <우는 남자>와 <하이힐>은 예외로 하자.) 이처럼 어딘가 초현실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는 미남들의 스크린 출연을 볼 때마다, 이상신, 국중록 작가의 웹툰 <꽃가족>의 예고편이 떠오른다. 영화 <아저씨>를 보며 원빈의 미모에 감탄하던 여자 관객들이 옆자리의 독고모란을 본 뒤 다시 스크린을 보니 오징어가 머리를 깎고 있더라는 에피소드가.

꽃 같은 외모를 지닌 독고모란과 그 가족이 등장하는 이 만화는, 하지만 앞서의 영화들처럼 잘생긴 주인공의 힘으로 서사를 이끌지 않는다. 작품 초반에는 뭘 해도 빛나는 꽃가족의 초현실적 매력에 기대 황당한 에피소드를 보여주지만, 조금씩 각 캐릭터의 서사가 쌓이면서 마치 일일 시트콤 같은 흥미로운 캐릭터 쇼가 펼쳐진다. 물론 이것은 과거 <츄리닝>을 연재했던 이상신, 국중록 작가와 마찬가지로 김진태 작가나 곽백수 작가처럼 스포츠 신문에 에피소드 개그 만화를 연재하던 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꽃가족>이 만들어내는 캐릭터 쇼가 이들과 다른 건, 다양한 스테이지와 사건 속에서도 미남 개그의 정반합이라는 흐름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이미 많은 독자들이 알아차린 것처럼, <꽃가족>의 설정은 잘생긴 얼굴 덕에 시장 아주머니들에게 싸게 물건을 구입하는 <츄리닝> 탱구 아버지 캐릭터로부터 발전된 것이다. 잘생긴 그와 역시 잘생긴 첫째 아들 의철이 잘생긴 외모 덕에 겪는 이야기들은 <츄리닝>의 한 축이었다. 하지만 당시 <츄리닝>에서 가장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건 종종 등장하는 추녀 캐릭터를 놀릴 때였다. 술자리 진실게임에서 추녀에게 “지구에 온 목적이 뭐냐”고 물었던 에피소드는 이후 레퍼런스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분명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보긴 어려운 개그다. <꽃가족>은 이처럼 미추를 이용한 개그의 차별적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 독고모란에게는 극악한 요리 실력과 개그 센스를, 역시 미남인 황준에게는 오글거리는 중2병 캐릭터를 핸디캡으로 주고, 반대로 짜리몽땅하고 못생긴 곽국광에게는 탁월한 지성을, 험악하게 생긴 순대고 두 여걸 서예림과 민가은에게는 정의로움과 통 큰 마음을 준다. 미남에게 결핍을 줘서 웃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부러워할 만한 미덕을 추남 추녀에게 부여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기묘한 불일치로 웃음을 준다. <꽃가족>의 외모 개그는 그래서 불편하기보다는 유쾌하다. 정우성과 강동원을 보고 오징어가 된 기분이 드는 날에는 더더욱.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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