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소재가 중요한 <생활의 참견>에서 작가의 직간접 경험은 빛을 발한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생활의 참견>, <아이소포스>의 김양수 작가
<생활의 참견>, <아이소포스>의 김양수 작가
때론 한 작가가 두 개 작품을 동시 연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마감 분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본인의 장수 타이틀인 <마음의 소리>를 그대로 연재하면서 괴수 스릴러인 <조의 영역>을 함께 그린 조석 작가의 경우처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그것도 높은 수준으로 동시에 그려내는 창작자의 모습은 일반 독자 입장에선 경의할 만하다. 역시 장수 타이틀이자 일상 공감 만화인 <생활의 참견>을 연재하면서 이솝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대작 <아이소포스>를 연재 중인 김양수 작가를 보면서도 그런 마음이 든다.
언젠가 일상 만화의 범주를 설명하며 말했던 것처럼, <생활의 참견>은 무엇보다 소재 자체의 재미에 방점이 찍히는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소재 관련 전화라면 밤 12시가 넘어도 언제나 오케이”라 말할 정도로 소재와 아이디어 수집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덕분에 영어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지인의 이모가 캐나다에서 속도위반에 걸려 영어로 말해야 하는 순간에 “No, English”라고 자신 있게 말하더라는 에피소드가 600화를 훨씬 넘은 지금도 등장해 웃음을 준다. 그림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가도 작가와 협업한 <아이소포스>의 경우, <이솝우화>의 작가 이솝을 주인공으로 삼아 고대 그리스의 역사적 사실들을 짜 맞춰 한 호흡으로 힘 있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생활의 참견>과는 또 다른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고작 어린 노예에 불과한 이솝이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오가고, 탈레스 같은 역사적 학자와 모험을 하는 과정은 당시 그리스를 둘러싼 정쟁과 암투의 맥락 안에서 충분한 개연성을 얻는다.
이처럼 전혀 다른 장르와 스타일의 두 작품을 한 작가의 이름 안에서 억지로 공통점을 찾는 건 무리수일 것 같다. 다만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지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생활의 참견>과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정치, 사회에 대한 이해 위에서 출발하는 <아이소포스> 모두 바깥 세계에 대한 작가의 왕성한 호기심과 지적 이해로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잡지 <페이퍼>의 기자이기도 했던 그의 창작 방식은 실제로 기자의 그것과도 흡사한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역사책에서 주요한 팩트를 취합해 그 내용을 가장 재밌고 의미있는 내러티브로 전달한다. 상상력만으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소위 ‘천재 형’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식과 정보가 풍부한 ‘교양인 형’으로서의 작가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창작을 시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동시 연재는 의미있다 하겠다. 종종 잊히는 일이지만, 신기한 일을 벌이는 건 꼭 신기한 능력자에게만 허락된 건 아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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