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작가의 신작 <귀신>의 한 장면. 자세히 봐야 알수 있는 장작 작가의 공포 연출은 일상에 누군가 침입하는 공포를 잘 보여준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0.0㎒> <귀신>의 장작 작가
<0.0㎒> <귀신>의 장작 작가
아니, 여름 다 가고서 이게 무슨 짓이야! 최근 연재를 시작한 장작 작가의 <귀신>을 보면서 이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2012년, 웹툰뿐 아니라 다른 미디어까지 포함해 최고의 공포물이라 할 만했던 <0.0㎒>를 그렸던 그가 또다시 공포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그 신작을 더운 여름밤에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그토록 컸다. 물론 입추가 열흘 넘게 지났다고 해서 그의 <귀신>을 안 보진 않겠지만.
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 공포 웹툰의 스페셜리스트로 꼽았던 호랑 작가가 기술을 이용해 독자의 빈틈을 공략했다면, 장작 작가는 탁월한 스토리로 공포의 본질에 접근하는 작가다. 가위를 비롯한 잦은 심령 현상에 시달리던 심령 연구 카페 0.0㎒의 멤버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적 세계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과정을 다룬 <0.0㎒>는 어설픈 강령술을 시도하다가 강력한 악귀에게 차례차례 멤버들이 살해당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귀신에게 해코지당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풀어가는 스토리텔링, 목 위 얼굴만 남은 채 긴 머리카락을 발처럼 디디며 움직이는 귀신의 끔찍한 비주얼이나 귀신을 본 멤버의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원귀의 존재와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연출 등 <0.0㎒>는 웰메이드 공포물로서의 거의 모든 장점을 갖춘 작품이다. <0.0㎒>와 장작 작가가 탁월한 것은 우리가 일상을 침범당할 때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어서다.
가령 악령이 내 방 어딘가에 숨어 있으면 공포물이 되지만, 내가 악마들의 소굴인 지옥에 떨어지면 판타지물이 된다. ‘넓혀진 구멍은 다시 메워지지 않는 것 같다. 구멍을 통해 그들을 들여다보려 할 때 그것은 이미 구멍 밖으로 나와 우리를 보고 있다’는 내레이션처럼 등장인물들은 영적 영역을 잠시 들여다보려다가 그것이 오히려 자신들의 세계로 틈입하는 걸 지켜보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예고편을 포함해 단 두 편만이 연재됐음에도 장작 작가의 신작 <귀신>이 기대되는 건 이 지점이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일본 군인들은 경계 중 무심코 쳐다본 나무 위에서 너무나 기괴한 존재를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다고 작품 안에서 말하지만, 특정 역사적 사실과 연결할 때 만화 속 시공간의 실제성은 더 단단해지고, 그것에 균열이 일어날 때의 공포 역시 더욱 커진다. 비록 잘못된 역사 지식이라고는 하지만 일본군이 산에 철심을 박는 것과 귀신의 존재를 연결시킨 예고편이 더 섬뜩했던 건 그래서다. 일본군 장교의 방에 귀신의 손 하나만 스윽 들어오는 연출로 영역을 침범당하는 두려움을 이끌어내는 것도 여전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툴툴거리게 된다. 아니, 왜 여름에 안 나오고!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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