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양이의 같은 상황 다른 마음을 잘 표현한 <상상고양이>.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상상 고양이>의 김경
<상상 고양이>의 김경
요즘 같은 애묘 시대에 역행하는 발언 같지만 개인적으로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하는 편이다. 우선 사자, 호랑이, 퓨마 등 맹수류는 하나같이 고양잇과라는 점에서 그들이 숨기고 있는 발톱이 두렵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개와 달리 함께 사는 인간을 집사로 만들어버리는 도도함도 왠지 얄밉게 느껴진다. 하지만 soon 작가의 <탐묘인간>이나 초 작가의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처럼 고양이와 반려 관계를 맺어 행복해진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보다 보면 이 동물과 함께 사는 즐거움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김경 작가의 <상상 고양이>는 내가 고양이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던 그 이유가 누군가에게는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려 동물을 다루는 많은 만화가 반려 동물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해당 동물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도 좋고, 그저 동물을 통해 위로받는 모습을 비춰주는 것만으로는 둘 사이의 교감을 명확히 그려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한데, 자칫 인간의 눈으로 쉽게 동물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상상 고양이>가 흥미로운 건, 자신이 고양이 복길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남자의 시선과, 귀찮지만 자신이 인간 남자와 놀아준다고 생각하는 복길이의 시선을 대비시켜 인간과 동물의 동상이몽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령 전에는 이불에서 털 뭉치를 토하던 복길이가 이불에서 나와 토하는 걸 보고 주인공은 “치우기 편하라고 여기다 한 거야?”라며 길이 들었다 생각하고 뿌듯해하지만, 정작 복길이는 ‘내 자리가 더러워지는데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라며 방과 이불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식이다. 물론 이 역시 인간인 작가의 상상이지만 자신이 동물의 주인이라는 믿음과 대비되는 동물의 마음을 들려주며 적어도 저들이 우리의 소유물도 아니며 우리 생각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환기시켜준다.
앞서 말했던 고양이 집사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이 지점이다. 자신이 인간의 집에 얹혀산다기보다는 자신의 영역을 인간에게 양보해준다고 생각하는 고양이의 도도함은 흔히 인간이 반려 동물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닐지 모른다. 실제로 내 주위의 고양이 집사들 역시 순종적인 개와는 달리 고양이에게 애를 먹고는 한다.(개가 키우기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상상 고양이>에서 보여주듯, 내가 친히 너와 놀아주겠다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가 자신에게 애교를 부린다고 착각하는 인간은 비록 서로를 오해할지언정 좀더 주체적인 관계를 맺고 자신들의 입장에서 티격태격한다. 하여 그들의 관계는 벗보단 차라리 연애에 가까워 보인다. 이 주체적인 ‘밀당’의 즐거움이야말로 많은 고양이 반려인들이 스스로를 집사이자 고양이의 수족을 자처하는 이유 아닐까. 물론 나처럼 아직 고양이에게 마음을 주기 어려운 이들은 <상상 고양이>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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